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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Oct 26. 2020

날씨 말고 운동 이야기하는 사람

줄넘기 37일 차

단골 카페 사장님은 아는 사람 중에 수염이 가장 덥수룩하다. 마초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데 친절하기는 또 어찌나 친절한지 상반된 매력의 소유자다. 이 집에 산지도 4년이 넘어가는데 사장님은 내가 산지 1년이 조금 안됐을 시점에 이사 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무표정에 인사하는 사람은 많아도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은 드문데, 사장님과는 안부까지 묻는다. 우리의 주된 안부는 '운동'이다.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여긴 항상 사람이 없어요


사장님과는 주로 카페, 헬스장, 엘리베이터에서만 마주치는데 헬스장 가는 시간이 아침마다 겹친다. 카페 사장님이 항상 1등으로 와 계시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불을 켜지 않은 채 혼자 움직이고 계신다. 처음엔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흠칫했는데, 알고 보니 누가 모자 푹 눌러쓰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다. 나는 2등으로 와서 내가 운동할 구역의 불을 켜서 어둠을 밝힌다.


얼마 후에 사장님이 헬스장에서 봤다고 말했는데 아침이라 조용히 운동하시라고 인사를 생략했다고 말했다. 아침 얼굴을 보지 않은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긴 하다. 앞으로도 그러자고 했다.


몇 달 전엔 동대표까지 맡으셨다. 한동안 언제 헬스장이 개방할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아무리 사회적 거리두기라지만 원래 우리 헬스장에는 사람이 동시에 10명이 있던 적이 없는데, 왜 굳이 막는 거냐. 여기서 못하면 더 사람 많은 데로 가야 한다. 요즘은 잠잠하지 않으냐. 다른 아파트는 다 개방했다!'라고 구시렁거렸다. 나 같은 주민들이 얼마나 많이 카페 사장님한테 하소연했을까. 관리사무소 직원과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일주일도 안돼서 헬스장이 개방됐다. 카페 사장님에게 말했기 때문에 개방이 하루라도 당겨졌다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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