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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Oct 22. 2020

수영하는 몸

코로나 1단계로 수영장이 임시개장하여 아침에 수영을 했습니다. 하던 줄넘기 양은 차차 줄이고 전에 하던 재밌는 걸 지속해보겠습니다. 코로나가 완전히 잠잠해져서 강습도 받고 싶습니다.


몸은 속옷으로 보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은 운동이다. 기능성 남발에 가격만 비싼 속옷보다 편안하고 적당히 부드러운 재질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디자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 입을 때마다 우울해지니까 몇 개 없는 선택지에서 폭풍 검색을 한다. 속옷 쇼핑은 항상 겉옷보다 신경 쓸게 많다. 특히 여성 속옷은 남성 속옷에 비해 비싸다. 요즘은 남성용 드로즈를 입는 여성도 많다고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못해봤다. 그냥 누가 여성용도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현재 합리적인 가격은 질이 떨어진다. 아직 못 발견)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수영장 아줌마는 속옷에 관심이 많다. 발가벗은 채 씻고 나와서 속옷을 입고 있는데 옆으로 다가와서 속옷의 착용감이나, 브랜드를 물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참 대담하다고 느껴진다. 나라면 아무리 궁금해도 속옷을 물어볼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속옷을 보면서 내 몸도 본다는 건데 그걸 상대가 알건 말건 궁금한 건 물어보는 무모함과 무례함 사이. 나도 기분이 나쁠지 기분이 좋을지 애매해서 대답도 착실하게 잘해준다.


다른 분들의 몸에도 어쩔 수 없이 눈길이 간다. 몸의 생김새가 전부 다르고 나이가 들수록 다 같아지는 게 아니라 더 다른 모습을 띄는 것 같다. 아마 오랜 시간 축척된 자세나, 일하는 방식 때문일 거다. 간혹 얼굴에 비해 탄탄한 몸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경이로울 지경이다.


아이돌처럼 마르기보다 적당히 살과 근육이 있고 균형 잡힌 몸을 좋아한다. 애초에 그렇게 빼더라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아는 사람들 중에는 지금 수업받고 있는 필라테스 선생님의 몸이 가장 이상적이다. 군살이 없는 건 당연하지만 전체적으로 바른 자세와 탄탄하다. 그의 나이 40이 훌쩍 넘었음에도.


대학 때 강습해주던 수영강사의 몸도 좋았다ㅋㅋ 당시 젊은 강사들도 다 긴 슈트를 입는데, 그분만 삼각 수영복을 입고 와서 아줌마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아무튼 30대인 줄 알았던 그 선생님을 물 밖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40대 후반의 흰머리가 무성한 사람인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수영복 입기 부끄러워서 수영장에 가지 않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사실, 물속에 들어가면 어깨만 보인다. 일상생활보다 몸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 몸을  겨를도 없다. 당장 숨쉬기도 벅차다.


결론: 수영하는 몸은 자세히 보기 힘들고, 수영하는 사람의 몸은 샤워실에서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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