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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Oct 29. 2020

주관적인 나의 줄넘기 준비물

줄넘기 40일 차

줄넘기, 에어팟, 바닥에 깔려있는 매트, 사람 없는 공간, 좋은 운동화, 묶은 머리 끝.


친구가 여전히 아침에 줄넘기를 하고 있냐고 물어봤다. 당연하지! 실내로 들어온 이후로 3천 개씩 하다가 천 개로 줄였다고 했다. 발바닥이 아파서 오래 못하겠다고 했더니 매트리스도 문제지만 운동화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너무 내 운동화를 좋아해서 더 이상 바라지도 않았다. 확실히 전보다 쿠션감은 떨어진 것 같긴 하다.


줄넘기엔 별다른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서 좋은데 따지고 보면 내가 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공간, 매트가 있는 바닥 같은 내가 준비할 수 없는 구조물들이 필요하다. 에어팟도 빼놓을 수 없다. 귀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프로보다 약간 헐거워서 공간이 남은 2가 덜 답답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위의 에어팟을 집고 출발


요즘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뭔가를 입어보거나 신어본 적이 기억이 안 난다. 질리면 버리는 일이 허다하고, 특히 실증 내기 좋아하는 나는 늘 아껴 쓰고 오래 쓰는 일이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것들은 몇 년이 지나도 처음에 갖게 된던 마음 그대로다. 중학교 때 입학 선물로 받은 시계는 시계줄과 약을 몇 번 교환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16년이 넘은 유일한 물건이다. 대학생 때 친구가 미국에서 사 온 시뻘건 나이키 티가 있다. 그 나이키는 아무리 빨아도 로고와 목이 늘어나지 않는다. 이제는 빛바랜 색으로 변해서 외출복으로 입진 못하지만 잠옷으로도 손색없다. 이 티도 7년은 됐겠다. 그 친구와는 연락하지 않고 지낸지는 한 3년 됐으려나. 뭐 티보다 짧은 우정이지만 빨간 티를 보며 친구를 생각만 한다. 빨간티만큼은 아니어도 오래 신을 만한 운동화가 뭐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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