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울 Feb 03. 2021

일찍 일어나는 새의 단점

아침형 인간이란

예전엔 저녁형, 새벽형 인간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그 꿈을 닿지 못할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기로 했다.


필명이 아울인 건 부엉이를 닮은 외모 탓도 있지만 대학생 때 밤늦게 술 마시지 못하는 나를 두고 친구가 놀리기 위해 지어준 것도 있다. '부엉이가 되가지고 벌써부터 졸리냐'는 식으로 밤잠을 깨우며 술을 마셨었다. 새벽 1시가 넘어도 갈 생각이 없으면 조용히 한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든다. 그러다가 눈을 떴을 때 격렬한 키스를 하고 있던 친구를 볼 때면 다시 눈을 감기도 했다.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니구나.


공부도 절대로 날 새서 할 수 없다. 이놈의 졸음은 제시간만 되면 반드시 찾아와서 나를 침대에 눕힌다. 그래서 미리미리 조금씩 해두는 편이었다. 암기과목 정도는 하루 전날에 몰아서 하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호텔방을 잡고 놀 때면 이제 막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될 때 나는 기억이 없다. 명절에 사촌들과 밤새서 이야기할 때에도 대화의 결말이 기억 안 난다. 사촌들과 노는 건 진짜 끝까지 날 새고 싶은데 매번 아쉽다. 명절에 잠자기 전 불을 꺼본 적이 없다. 


그 대신 다음날 아침 '안녕히 주무셨어요'를 잘 외치고 다닌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게 돼있다. 적정 수면시간이 있다지만 잠을 잘수록 느는 것 같다. 나는 일찍 자지만 늦게 일어나면 가위에 눌린다. 백수 시절에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잠을 낮잠을 밤잠처럼 잔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귀신을 만났다. 즐겨보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그대로 내 방에서 펼쳐졌다. 그 이후로 잠깐 공포영화를 끊었다. 공포영화를 보고 난 후에 여운도 적다고 생각했는데 가위눌릴 때 그 장면이 생생하게 보여서 흠칫했다.


글을 쓰는 것도 저녁보다 오전이나, 대낮에 잘써진다. 해가 지면 모든 에너지가 빨려나가서 겨우 영화를 보거나 정해진 운동을 하는 것으로 일상을 마무리 하는 편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어서 6시에 일어나는 건 아니다. 아침에 잘 일어나지는 김에 할 일을 몰아서 하다보니 그걸 다 하고 출근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이 저녁에 넉넉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아침에  분주하게 하고 있다. 


가끔은 저녁형 인간이 더 어른스럽고 쿨 해 보인다. 늦은 밤에 맥주는 마시며 글을 쓰는 상상만해도 낭만적이다. 나는 아마 앞으로 늦게 자보려고 노력도 안할거고, 나이가 들면 더 일찍 일어나게 될거다. 그때에는 뒷동산 한바퀴를 돌고 올건데, 아침에 뒷동산 돌고 오는거...멋은 없지만 재밌을 것 같다. 운동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친구가 될 것 같거든.



매거진의 이전글 줄넘기가 주는 하루치 긍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