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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pr 10. 2021

인생의 반이 다이어트 결심

책리뷰 / 록산게이-헝거

브레네브라운이 말한 수치심에 대해 들으면서 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수치 없는 용기는 없다'라고 말이다.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을 만났다. 190cm의 200킬로 넘는 거구이자, 유년시절의 상처를 드러냈고. 그 이후 자신의 몸을 혐오하면서도 보호하기 위해 뚱뚱해져 버린 자신을 신랄하게 깎아내린다.

이 글을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글도 아니고, 다이어트 성공으로 자극을 주기 위한 글도 아니다. 그저 여성의 몸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뚱뚱하다고 비난받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쉬운 비난의 대상이자 널린 조언가들 사이에서 우리는 명확하지 않은 '뚱뚱한 여자'가 되지 않기 위해 미각을 향유하지 않고, 다이어트 산업에 종속되기를 지겹도록 반복한다.


다이어트는 다이어트 관련 산업만 배 불리는 쓸모없는 상업행위다. 쥬비스만 봐도 그렇다. 쥬비스 광고에 맞춰 다이어트를 해서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연예인들은 광고가 끝난 후 몇개월이 지나고 다시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를 봤다. 다이어트한 사람 2년 내에 99% 원래의 자기 몸으로 되돌아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을 때부터 살이 찐다는 결과도 있다. 오래 지속하지 못할 식단과 살인적인 운동으로 남은 생을 그렇게 살아갈 수가 없다.


미국은 정확히 다이어트를 국가 보건 정책으로 실시했을 때부터 비만율이 증가했다는 사례도 보았다. 그만큼 비만이 모호하다. 비만과 과체중을 나누는 기준도 독단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날씬해서 예뻐지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다. 그렇지 않은 몸은 쓸모없고 관리하지 않은 건강하지 못한 개인의 무능력으로 쉽게 치부한다. 소위 말하는 '자기 관리'의 영역에서 실패한 낙오자들인 거다.


보기 좋은 몸 말고도 자랑할 것만은 사람도 일단 몸을 통해 쉬운 비판 대상이 된다. 그런데 우린 그 사람은 몸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배제하고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상상을 한다.  이 책의 저자 록산 게이는 전교 1등을 놓지 않으며 누구보다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나가 면서도 뚱뚱한 몸에 대한 수치심을 늘 달고 살았다. 매력적이지 않은 몸을 일부로 만들었다. 그녀는 유년시절에 겪은 사건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요새'를 만들었다. 그 이후로는 철저히 무너뜨리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실패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공허해서 먹는다. 마음이 공허하니 음식으로 채우려 한다. 이 사실을 알아도, 마음의 공허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힘겹기만 하다. 록산게이는 이 '허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도 이 책을 다이어트하면서 읽는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될 몸이라는 걸 알고, 연예인들은 수천만 원 들여가며 만든 몸이고 광고와 활동이라는 목적 아래에 성수기 때의 몸만 미디어에 비치는 걸 알면서도 따라 하고 싶다. 이 지긋지긋한 전쟁 하나를 벗어나고 싶다. 한 연예인이 '여러분들은 성수기때만 그런 몸을 보고 계신 것'이라고 충고했다. 다이어트하기 위해서 한달에 수천만원을 지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다이어트를 안해도 된다고 마음먹어지는 건 아니다. 미디어에서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마른 몸에 완전히 세뇌당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몸이 더 예뻐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마 책 한권, 다큐 몇편, 주위 사람들의 인정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에게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배워나가면서 결국 행복져야 한다. 



훔친 문장

비만인의 몸은 무절제와 타락과 나약함의 상징이다. 비만인의 몸은 대규모 감염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 몸은 의지력과 음식과 신진대사 사이의 전쟁이 벌어졌다가 폐허가 되어버린 전쟁처이며 당신의 최후의 패배자이다.


어떤 방송은 착취 수준으로 인간을 최대한 활용이다 <fit to fat to fit>이란 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체형의 트레이너들이 고객과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다...먹는 즐거움을 보여주기 시작하다가 억지로 패스트푸드를 먹어야하는 괴로움과 뚱뚱해진 자신을 보며 느끼는 불행을 보여주고 고행 끝에 자신이 선호하는 무결점의 탄탄한 체형으로 돌아가면서 미소짓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이 트레이너들의 뚱뚱한 고객들은 그저 비극에 동참하는 '쪘다 빼기'라는 승리의 서사에서 액세서리가 될 뿐이다.


나는 이런 방송이 싫지만 계속 본다. 이 쇼들이 해악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아도 내 안의 일부는 그 프로들이 약속하는 구원을 여전히 갈망하고 있기 때문에 또다시 본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친구는 감자칩 한봉지를 사주겠다고 했었지만 나는 거부했다. 내가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그런 음식 먹는 거 아니야' 그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한 말 중에 가장 솔직한 말이었다


나는 배고프지 않으면서도 배고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우리 아버지는 허기가 마음속에 있다고 믿는다. 나는 다르게 알고 있다. 나의 허기가 마음과 몸과 심장과 영혼 안에 모두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직업적으로 운이 좋은 편이라 나에게 강연을 요청하는 기관들이 일등석 제공을 계약의 일부로 포함하도록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이것은 나의 몸이고 그들도 알고 있으며 그들이 자신들을 위해 나를 여행하게 하고 싶다면 적어도 내 존엄의 일부는 존중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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