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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pr 14. 2021

듣기 싫은 연예인 사생활

뉴스에 대한 생각

"그 여배우 어떤 애인지 들었어?" 라고 직장에서 줄기차게 들었는데

"그 여배우 생각보다 무서운 애더라." 라고 퇴근 후 운동할 때 듣고

소속사 입장을 운동 후에 보게 되었다. 지겨워 죽겠다.


업무 특성상 뉴스를 매일 봐야 한다. 주로 질이 아주 안 좋은 것들만 골라내야 하므로 일명 좋은 기사보다 '나쁜 기사'를 찾아 헤맨다. 처음에는 정의감에 의욕이 솟았는데, 이제는 피로감에 신경질이 난다. 일은 일일 뿐인데 종종 주변에서 연예 기사 내용을 전달해줄 때가 있다. 사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호들갑일 때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하곤 한다.


열애설은 이제 뉴스감도 아니고 그 연애가 어떤 방식이었는지도 아주 세밀하게 추측한다. 통신법을 위반한 카카오톡 캡처 화면을 들이댄다. 짧은 구간만 보여주는 내용은 앞뒤 맥락 없이 상상하기 딱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까지 도덕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연예인들은 공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향력이 상당하다 보니 어느 정도 책임감 있는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 대중들은 스타의 범죄, 선행, 자살을 쉽게 모방한다. 특히 연애는 일반인들도 직장 내에서 지극히 사적인 일로 간주해서 물어보기를 꺼린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도 '헤어져라 마라' 하기 쉽지 않다. 그 진실은 당사자들만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통신의 발달인지, 근면한 성실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번 레이더에 걸리면 사건과 상관없이 당사자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가 쏟아진다. 한번 도덕적으로 추락하면 수년은 잠적하며 반성해야 하는 분위기다.


그것이 잘못된 보도라도 마찬가지다. 후속보도든 반론보도든 처음에 보도됐던 기사의 영향력과 동등한 가치로 받아드리지 않는다. 독자들은 그 이슈 자체에 매몰되지, 그 이면에 대해선 크게 관심 없다. 지금 당장 보이는 것이 진실이고, 나는 충격을 받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빨리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최초로 발굴된 새로운 뉴스만 자극적이게 다가온다. 나만해도 어떤 사실이 최초로 밝혀지는 것에 대해 속보랍시고 친구에게 전달하지 그 이후의 정정보도가 나온다면 굳이 전달해주지 않는다. 우리의 놀이는 첫 번째 사건으로 물고 뜯고 끝났다.


연예인 사건은 그 파장이 소속사에 따라 쉽게 덮어지기도 하니 모든 연예인이 공정한 심판대 위에 선 것도 아니다. 힘이 약한 소속사의 연예인들은 입방아에 오르기 쉽고 무분별하게 확산된 루머에 휘둘린다. 뉴스 뿐만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 SNS에 편집된 내용, 유튜브까지 활개치니 어떤 날에는 층간소음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박수홍과 서예지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서예지가 문자 보낸 내용 들었어?' '박수홍의 여자 친구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들었어?'라고 생생하게 전달받는다. 그럴 때마다 '아니요, 연예인 이야기 관심 없어요'라고 해도 소용없다. 들어야 할 소식을 아직도 몰랐냐면서 고마워하라는 식의 설명이 들린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기술이 늘었다. (이걸 쓸 때면 또다른 소식이 올라왔을 수도..)


연예인 사생활 침해는 특정 기자들의 받아쓰기식 기사 뿐만 아니라 그 기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는 독자들도 책임도 크다. 수요자가 있으니까 공급해준다. 나라도 서예지와 박수홍은 관심 없지만 박정민 같은 배우 이야기라면 호들갑일 거다. 남의 사생활이 진짜 재밌긴 한데, 그 이야기로 당사자가 고통받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누구는 스타는 그정도는 감당해야할 자리라고 말한다. 유명한 사람이 전부 스타라면 스타에도 종류가 있고 감당해야할 일도 각자 다르다. 각자 책임질 일이 다른데 유명하고 돈 많이 버는 대가라고 말하는건 아무 논리가 없는 거라고 본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을 때마다 내가 그걸 읽을 자격이 있나 싶다. 연예인들은 꾸며진 모습을 완성시켜 보여주는 엔터테이너들이지 모든 면에서 깨끗해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고통이 종종 자살로 이어지기 까지하는데, 자살보도에서 조차 그의 삶이 재조명되어 사생활이 침해되고 있는 것 보면 소름이 끼친다. 연예인 사생활 그만 듣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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