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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n 06. 2021

방구석 작가를 위한 온라인 모임

네이버 블챌일기, 컨셉진100일, 작가 중심으로 모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살아가는데 큰 기쁨이기에
꼭 작가로 성공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김탁환 작가가 한 말이다. ‘당신은 유명해졌으니까 그런 말도 할 수 있지!’ 라고 비아냥 거렸을 텐데 그날따라 곧이곧대로 들렸다. 비판 자체보다 글 쓰는 그 자체가 주는 기쁨이 크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기 때문이다. 유명해지거나 그걸로 밥벌이를 하지 못했다고 하여 실패한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그의 단호한 입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등단은 꿈도 꾸지 않는 부류다. 글쓰기를 지속할 이유가 전혀 없어도 이왕 쓰는거 잘쓰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다. 이런 마음을 사로잡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보인다. 최근에 참여한 세 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후기를 적어본다. 유대감, 성장성, 지속가능성를 중심으로


<네이버 블챌 오늘일기> 대기업의 만행과 용돈벌이 글쓰기의 최후.

네이버에서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돈을 주는 프로젝트를 오픈했다. 매일 16일 정도 쓰는건 큰 노동도 아니었고, 반달 정도 이후에 커피 세잔은 얻겠다 싶었다. 그런데 삼일 만에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어뷰징 때문이라는데, 어뷰징 블로그로 돈벌 고 있는 네이버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며칠을 조롱받고 난 후 네이버는 블챌 오늘 일기를 다시 시작됐다. 네이버 블로그로 글을 쓰려다가 네이버 앱까지 지웠다. 블챌에 초기에 참여한 사람끼리 네이버 욕하는 유대감, 분노하는 글쓰기 실력만 늘었다. 글쓰기는 지속해도 네이버와 함께하진 않을 것 같다.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꾸준함을 넘어서 해야 할 일들

평소 스터디를 싫어하데 왜 이 모임에 참여했을까? 나는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지 않았다. 하루하루 그저 의미 없는 단어로 인증을 남길 뿐이다. 글쓰기 습관은 마기슬을 통해 이미 자리 잡았는데 말이다. 100일 글쓰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건 글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6만원은 그대로 반납받기 위해 열심히 썼다.  50일이 넘어갈 때쯤부터 왜 이 짓을 시작했나 싶었는데, 이렇게 끊임없이 실수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에 겸손함을 느끼기도 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쓴다. 알람듣고 즉시 하는 일이 됐다. 주로 초등학생 일기처럼 단순하다. 게다가 잠결에 떠오르는 말은 순수하고 주로 의미 없다. 김탁환 작가가 '초고는 쏜살같이 써도 수정은 7 이상 한다' 말했다. 100  매일 한문장 쓰기도 부담되는데 수정은 무리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잘 쓴 글은 투표를 통해 책을 내준다고 했다. 쓴 글을 보아하니 전혀 뽑힐 일이 없지만 처음엔 이런 혜택에 혹했다. 컨셉진은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다.


이 프로젝트는 밴드에 보여서 인증하는 방식인데 직접 써도 되고, 필사본을 사진 찍어도 되고, 링크를 걸어도 된다. 그러나 공개가 무색하게 소통이 없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밴드에 모여 있어서 하루에 인증이 수십 개씩 업데이트 되니까 일단 알람을 꺼야한다. 간혹 읽는 글들도 읽어볼 만한 글은 눈에 띄지 않는다. 몇 번 스크롤을 내리다 지치기도 한다. 글을 모조리 읽어서 내가 읽기 좋은 글을 발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100명의 든든한 독자가 아니라 밴드 안에서도 개인플레이하는 셈이라 굳이 이렇게 인증을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다음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


<마감의 기쁨과 슬픔>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글쓰기 동료들

사과집 작가는 독립출판물 ‘공채형인간’을 출판했을 때부터 팬이었다. 이 사람이 어느 날 글쓰기 모임을 인스타 스토리에 허술하게 모집했다. 처음엔 10주로 시작했다가 시즌1이 끝난 멤버 그래도 시즌2로 이어졌고 지금은 시즌6,인가 7인가..아무튼 1년 반이 넘었다. 벌금을 내더라도 남아있는거 보면 글쓰기로 모였는데 우정까지 나누고 난리인 셈. 지속가능성을 1년 넘게 확인하고 있다.


잘 쓰는 사람들이 모였는지, 쓰다가 각자의 실력이 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통해 성과를 나타내는 동료들이 많다. 언론인이 되거나 책을 출간하고, 글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받기도 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모임을 주최하고 이끌어가기도 한다. 긴 호흡으로 만나고 있어서 서로의 길을 응원해줄 수 있기도 하다.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시즌7 시작 전 회의

온라인에서 만났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한다. 동료들과 달리 나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간혹 일정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오프모임이 활발해져서 그중에 하나라도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샘나지만 더 자주 모였으면 한다.

그래서 비정기 독서모임을 만들다. (가칭)

글쓰기와 관련된 모임을 참여만 하면서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욕망이 꿈틀댔다. 마기슬 모임처럼 내가 있는 자리에서. 특히 독서를 주제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가 참여하고 싶은 독서모임이 없었음) 그래서 마기슬의 좋은 룰을 따라 시도해봤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시작은 가볍고, 피드백은 충실히’ 해나가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전에는 내가 어떤 모임을 먼저 주도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는데 마기슬의 운영방식을 통해 확실히 깨닫는게 있었다. 좋은 모임은 한명의 사람이 끌고 가는게 아니라 다같이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 두 명을 타깃으로 먼저 독서모임을 제안했다. 흔쾌히 응해준 사람들과 안팎으로 성장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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