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거리에 대하여
회사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30분이다. 6월 초에 이사했으니까 여름 내내 주 5일, 30분씩 걷고 있다. 오후 5시는 해가 쨍쨍할뿐더러 비는 꼭 퇴근 시간에 맞춰서 내리더라. 구글은 요즘 매일 덥고, 뇌우가 발생할 거라고 예보해준다. 동남아 날씨 같다. 구름도 그렇고, 비도 스콜처럼 쏟아진다. 최근 한 달간은 매일이 뜨거웠다.
그 핫한 퇴근길에 한 번도 택시를 타지 않은 내가 자랑스럽다. 어떻게 한 번도 택시를 타지 않을 수 있냐고 동생이 물었다. 택시보다 커피가 좋다고 말했다. 택시비 아까운 것도 맞는데, 그 자체로 좋기도 하다.
나는 직사광선을 맞길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에도 친구랑 같이 창가에 햇빛을 쬐며 윤하 노래 두곡 듣는 그 시간이 아직도 선명하고, 공강 시간에 꼭 밖에 나가 벤치에 앉아서 눈부시더라도 밝은 곳에서 떠는 수다가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운 기억은 없고 환한 기억만 남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분명히 뜨겁다. 혼자 걸어도 좋은 건 강한 햇빛이 내 온몸 구석구석 감싸는 기분이다. 강열한 온도 때문인지 내 몸의 안 좋은 부분들이 전부 소독되는 것 같다. 안 좋은 생각도 마찬가지다. 나의 유치한 뇌피셜이지만 아무 근거 없어도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쯤이면 얼굴이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속옷은 딱 겉옷이 젖지 않을 정도로 흥건하다. 들어오자마자 벗어재끼고 찬물로 샤워하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매일 땀을 흘려서 그런지 피부도 좋아졌고, 그을려지기도 했다. 퇴근길에 햇빛이 뒤에서 비추긴 하는데, 그래서인지 목이 더 까매진 것 같기도 하다. 휴가기간에 앞쪽을 더 태워야겠다.
30분은 걷기에 대해 어떤 사람은 멀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충분히 걸을만하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에 출퇴근길이 큰 이슈였었다. 다행히도 이 더운 여름날에 걷는 기억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겨울도 걱정되진 않는다. 남쪽의 겨울은 혹독하지가 않다. 다만 인도 없는 도로 20미터 정도 되는 거리는 문제 삼고 싶다. 민원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