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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ug 09. 2021

햇빛의 이로움

출퇴근 거리에 대하여

회사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30분이다. 6 초에 이사했으니까 여름 내내  5, 30분씩 걷고 있다. 오후 5시는 해가 쨍쨍할뿐더러 비는  퇴근 시간에 맞춰서 내리더라. 구글은 요즘 매일 덥고, 뇌우가 발생할 거라고 예보해준다. 동남아 날씨 같다. 구름도 그렇고, 비도 스콜처럼 쏟아진다. 최근  달간은 매일이 뜨거웠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구름을 보는 일이 잦아서 좋기도하고 신기하고.


그 핫한 퇴근길에 한 번도 택시를 타지 않은 내가 자랑스럽다. 어떻게 한 번도 택시를 타지 않을 수 있냐고 동생이 물었다. 택시보다 커피가 좋다고 말했다. 택시비 아까운 것도 맞는데, 그 자체로 좋기도 하다.


나는 직사광선을 맞길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에도 친구랑 같이 창가에 햇빛을 쬐며 윤하 노래 두곡 듣는  시간이 아직도 선명하고, 공강 시간에  밖에 나가 벤치에 앉아서 눈부시더라도 밝은 곳에서 떠는 수다가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운 기억은 없고 환한 기억만 남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분명히 뜨겁다. 혼자 걸어도 좋은  강한 햇빛이  온몸 구석구석 감싸는 기분이다. 강열한 온도 때문인지  몸의  좋은 부분들이 전부 소독되는  같다.  좋은 생각도 마찬가지다. 나의 유치한 뇌피셜이지만 아무 근거 없어도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다.


집에서 보는 회사 방향


엘리베이터를 탈 때쯤이면 얼굴이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속옷은 딱 겉옷이 젖지 않을 정도로 흥건하다. 들어오자마자 벗어재끼고 찬물로 샤워하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매일 땀을 흘려서 그런지 피부도 좋아졌고, 그을려지기도 했다. 퇴근길에 햇빛이 뒤에서 비추긴 하는데, 그래서인지 목이 더 까매진 것 같기도 하다. 휴가기간에 앞쪽을 더 태워야겠다.


30분은 걷기에 대해 어떤 사람은 멀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충분히 걸을만하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에 출퇴근길이 큰 이슈였었다. 다행히도 이 더운 여름날에 걷는 기억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겨울도 걱정되진 않는다. 남쪽의 겨울은 혹독하지가 않다. 다만 인도 없는 도로 20미터 정도 되는 거리는 문제 삼고 싶다. 민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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