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 H가 점심을 같이 먹자며 회사 앞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때가 하필 재택근무라서 집 근처로 오면 점심시간에 나가겠다고 했다. 그 애는 포장해서 우리 집으로 오겠다고 말해서 아주 편하게 집에 있었다. 이사하자마자 왔을 때에는 어수선했고 그 이후에 정리된 집을 보여주고 싶었다.
H는 오자마자 달라진 몇 가지를 알아차렸다. 나는 대놓고 화분이 많아진 베란다는 보여줬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다음엔 당근에서 1만 원 주고 득템 한 책상을 보라고 말했다.
'응, 딱 1만 원처럼 보인다. 더는 주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맞다고, 96년도에 만들어진 거라고 했고 바로 다음 화제로 넘어가서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쏟아내듯 말했다. 타격은 걔가 가고 나서 방으로 들어와 1만 원짜리 책상과 마주칠 때였다. 최소 5만 원처럼 보이지 않나 싶다가. 1만 원처럼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걔가 너무 웃겨서 혼자 낄낄거렸다. 역시 우리 H.
이 책상은 다시 봐도 최소 5만 원처럼 보였고,
H의 솔직함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 말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