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울 Oct 14. 2021

도로 위 협력자들

운전 후기

운전은 늘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특히 끼어들기가 그렇다. 다른 사람도 이러지 않을까 싶어서 내 앞에서 끼어드는 차량이 온다면 대부분은 다 브레이크를 밟는다. 저 사람도 이 차선을 타야 하는 방향이고, 그 차가 먼저 간다고 해서 크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초보자의 마음이어서 그런가.


K는 끼어드는 사람들 덕분에 뒤에서 기다리는 것을 매번 그냥 넘어가질 않았다. '저 사람은 할아버지 일 거야, 할머니 일 거야, 아줌마일 거야'라는 식의 차별도 빠지지 않는다. 이럴 거면 왜 차를 가지고 오는지 모르겠다는 무시까지 더해지면 차에서 뛰쳐 내리고 싶었다. 운전하면 성격이 나온다던데, 그 성격도 자신의 교양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운전 중 욕하는 습관은 본능인가.


운전을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계속 추월해가며 앞지른다던지, 앞 차의 머뭇거림을 기다리는 마음이 정말 짧다는 것이다. 자기라면 이미 지나가고 남았을 시간이라는 거다. 이런 사람들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로에 베테랑 운전자만 다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세대의 초보자들과 함께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물론 욕을 먹어도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빵'한 번이면 해결된다. 내가 말하는 건 길어야 1분인 짧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할 법으로 규정한 사람들 이외에 모두가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자격이 있어서 도로 위에 있다. K와 만날 때 '나도 저래, 나도 초보라서 좀 천천히 가고, 잘 못 끼어들어'라고 말했다. 그것도 안되면 '내가 저 앞 차에 있다고 생각해봐'라던지. 그래도 결국은 못 고쳤다. 이 정도면 공감 능력이 저하다.


우리 모두는 도로 위에서 운전을 못하고 싶지 않다. 오늘도 운전을 하므로 어제보다 나아진다고 믿고 두려움에도 출발해보는 것이다. 운전을 잘하면 운전을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욕할 자격이 '당연히' 주어지는 게 아니다.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이 협력자라고 생각해

라고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초보시절 과도하게 겁먹은 나에게 용기를 줬었다. 그런 애들만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의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완벽한 협력자를 마주쳤다.


안녕 협력자들!

앞 차의 운전자는 창문에 손을 뻗고 있었다. 손에 담배가 있나 유심히 봤다. 있으면 창문을 얼른 닫아야 하니까. 자세히 보니 빈손이었다. 그걸 인식하는 순간 손을 까딱 까닥 했다. 끼어들 테니 봐달라는 표시였다. 깜빡이도 켜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동생이랑 그 모습을 보면서 빵 터졌다.


'오~ 팔, 까딱까딱? 멋있는데. '


하면서 농담하고 잇었는데, 그 아저씨가 창문을 고개 밖으로 내밀더니 우리에게 목례를 했다. 도로 위 무법자인 줄 알았더니 쏘스윗하다며 한참이나 감동을 받았다. 낯설고 행복했다. 그 짧은 순간이 지나자 도로 위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아직 인사까지 할 여유는 없지만 하던 대로 잘 양보해 줄 거다. 지금 이 도로 위에 협력자와 함께하고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솔직함이 상처가 되지 않는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