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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Nov 17. 2021

실패한 투자

모르면 손해봄

투자 실패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죽어도 인정하기 싫다. 인정하는 건 손실을 확정한다는 말을 넘어서 손실을 볼 만큼 내가 무지하다는 의미로 와닿는다. 무식, 무지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면 결론이 내가 무식해서 벌어진 일이다. 아무리 다시 되새겨 봐도 무식해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투자 실패에 대한 사건은 잊는다고 잊혀지지도 않는다. 이건 감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계좌에 잔고가 지워지는 게 아니라 손해를 본 기록이 새겨지는 일이다. 

이 사실들이 나에게 좋은 실패로 쌓일지는 모른다. 그건 지나 봐야 아는 일이라서 이 이야기를 희망적으로 포장하면 안 된다. 다만, 공통점을 발견해서 다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1. P2P 부동산 투자


3년 차 직장인이면 돈 좀 모았겠다, 작은 돈이라도 재테크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관심이 생긴다. 그때 친구가 부동산 P2P를 소개해줬다. 이미 그걸로 수익을 보고 있었고, 한 번도 연체된 적 없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연체율과 위험도, 투자수익률 모두 좋았다. 


결과 투자금 100만 원 / 6개월 수익률 16.5% 회수 / 연체이자 16% 미회수

년 16.5%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었다. 6개월까지는 이익금이 제때에 들어왔으면 만기 상환일에 원금이 건물 비분양으로 지체됐다. 한 달에 한 번씩 공지가 나왔고 1년이 지나서 원금을 회수됐다. 연체되면 연체이자도 지급해야 하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상환일 지나도 진행사항이 없는 속터짐..

결과적으로 잃은 돈은 없지만 내가 실패라고 생각한 이유는 1년간 예상치 못하게 돈이 묶였고, 그 사이 회수 가능성을 신뢰하지 못했기에 감정적 소비가 컸다. 펀딩회사의 공지사항에만 의존적인 모습이 싫었다. 직접 그 건물에 실사 나갈 생각은 안 했다. 그런 과정을 건너뛰기 위해 P2P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 그러나 이마저 신뢰가 안 가기 때문에 차라리 잘 아는 지역에 직접 투자를 하고, 직접 투자하지 못할 거면 더 시장이 큰 리츠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2. 지인 다단계 


친척오빠 좋은 투자처를 소개해준다며 후배를 데리고 왔었다. 내가 정말 신뢰하는 사람이라서 절대로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고, 돌이켜보면 오빠와 그 후배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친구도 한 명 데리고 카페에서 넷이 만났다. 다단계이고, 광고를 하루에 20분 정도 보면 되는 게 끝이었다. 사이트는 외국에 서버를 뒀다. 그것부터 의심했어야 하는데 글로벌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검색해도 어디에도 나와있지 았았다. 그건 정보가 너무 없다고 의심했어야 하는데, '사기'라는 연관 검색어가 없으니 믿을만하다고 판단했다. 


친척오빠는 회수 못하면 원금은 사비로라도 꼭 보장하겠다고 말했고, 나는 그 말에 더 안심이 됐다. 바로 다음날 한 달 월급 와 맞먹는 큰돈을 이체했다. 한 번에 이렇게 큰돈을 사용한 건 인생에 처음 있었다. 그 당시 회사가 너무 싫어서 퇴사 생각만 하던 차에 돈이나 벌자는 마음이 이상한 선택을 하게 했던 것 같다. 


200만 원 / 원금 1/4 회수 / 이번 주 잔액 회수 예정

친구는 투자하지 않았다. 당시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벌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돈을 조금이라도 벌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나중에 듣고 보니 그 카페에서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친척오빠 후배가 설명하는 억양과 말투가 누가 봐도 사기꾼 같았다고 했다. 카페에 있는 다른 손님들도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모든 의혹을 완전히 신뢰할만한 근거로 재해석했다. 

지인이 물론 좋은 투자처를 알려줄 때도 있다. 하지만 100%는 없다. 친척오빠는 그 다단계로 이미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속이려고 한 일은 아니다. 그 이후로 2년이 지났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 원금을 꼭 준다고 말했는데.. 투자란 게 원금 훼손의 위험을 감안하고 내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 주라고 닦달은 못한다. 


3. 은행 직원 추천 보험 


보험만큼은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기가 매우 싫다. 하지만 합리적인 선택을 지금부터라도 해야겠다. 심지어 과거에 보험에 대해 공부하고 보험가 가입 안 하는 자아가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위의 두 번의 투자 실패에 나는 더욱 저축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손실 위험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다. 


적금 5년 만기일에 나와 자주 상담하던 은행 직원의 추천이다. 그는 나를 예전부터 인간적으로 대우해줬고 적금 5년 만기를 채운 나를 부러워하기도,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게 영업방식임을 알면서도 싫지 않았다. 그는 나를 보험을 판매할 것처럼 설득하지 않았다. 또 다른 저축을 10년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원금이 115프로 보장되는 구조였다. 그 상품은 3개월 만에 사라졌다. 좋은 상품은 순식간에 없어진다는 말을 믿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팔리니까 다른 이름으로 재포장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투자는 원금을 회수했지만 이건 애초에 계약서에 쓰여있었다. 그래서 더 해지하기가 어렵다. 완전히 내가 손실을 봐야 하는 구조다. 이 계약관계에서 내가 완벽한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패배를 빨리 인정하지 않으면 지하가 더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또 나를 회유하는지 '한 달에 15만 원 정도는 현금으로 저축해준다고 생각하고 모아도 되지 않을까? 원금도 보장되는데'라고 말이다. 


지금까지 저축만 하는 것이 오히려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 보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토록 모순적이고 나약한 인간의 사고에 대해서..   


220만 원 손실 확정. 매몰 비용 인정

- 손실을 인정하면 앞으로 매월 15만 원씩을 더 저축할 수 있다. (적금이 아니라 시드머니) 

- 나는 10년 후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지금 투자하고 있다.

- 투자금은 매년 복리로 늘어난다.

- 10년 후 원금 115%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다.

- 10년간 총 15프로 수익률을 내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내가 앞으로 또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때마다 지인을 홀랑 믿어버리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그럴수록 더 세세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심리적으로 먼저 믿으면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 그리고 이미 하고 있는 투자라도 계속 생각해보아야 한다. 내 선택의 잘못됐다면 하루빨리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고, 더 좋은 투자처가 있을 때 투자방식을 변경하기도 해야 한다. 


요즘은 경영학 전공때보다 경제공부를 더한다. 그러다 보니 자산배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어디서도 보험, P2P는 없다. 다단계는 말할 것도 없다. 위대한 투자자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바보 같을 수 있는 나를 되돌아보며.. 피눈물 나는 나의 손실을 뼈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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