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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Sep 21. 2022

생각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배드민턴에서 오조준이란

내 몸은 내 생각보다 더 낮은 곳에서 공을 친다. 하이클리어 자세에서 오는 공을 비교적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데 그때에 공을 더 위에서 날려 보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익숙한 위치에서 살짝 덜 내려왔을 때 0.001초 전쯤 되려나, 그때에 공을 치면 확실히 소리도 다르다. 


더 높은 곳에서 치면 더 멀리 보낼 수 있었다는 걸 알지만 몸은 쉽게 따라주질 않는다. 생각은 1CM 위에 있는데, 몸은 알면서도 늦게 치는 모습이 웃기고 답답하고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터득한 방법이 있다. 어색해도  '아직 덜 내려왔다' 싶은 순간에 의도적으로 라켓을 휘두르는 것이다.


양궁에서도 바람이 불 때 일부러 오조준을 한다고 한다. 그건 외부 영향이지만 나는 이상하게 습관이 된 내 자세 때문에 오조준한다. 아직 적중률이 높지는 않은데 그 위치가 어디인지 알아내기만 했다. 적중률이 꽤 높아질 때면 오조준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 자세가 습관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다른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게 신경 쓸 수 있을 것 같다. 


코치님이 더 위에서 쳐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칠 수 있을지 조차 몰랐다. 그래서 허공에 휘두른 적도 많고, 아직도 연습 중이다. 연습하다 보면 몇 번 선공하기도 하는데, 그 느낌을 알아차리면 반은 성공한 거다. 이제 정확도만 높이면 된다. 모든 경기가 그렇겠지만 실수를 줄이는 것만으로 득점할 확률이 높아진다.  


세 달이 지나자 하이클리어를 끝내야 한다고 코치님이 여러 번 말했다. 다른 동작을 배우면서도 유독 하이클리어는 초반부에 꼭 연습하게 해 준다. 가장 기본이면서도 잘 늘지 않는 것 같다. 운동은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다르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고 운동하는 것도 개선이 없긴 마찬가지다. 계속 생각하고, 계속 연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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