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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Sep 16. 2022

내 욕망은 스스로 책임진다

운동화 지른 후기

어떤 게 사고 싶으면 일단 메모장의 위시리스트에 넣는다. 그리고 당근 마켓에 찾아본다. 99%는 없고 뭘 알아봤다는 만족감만 있다. 그리고 며칠간은 그냥 메모장에 묵혀둔다. 며칠 지나면 안 사고 싶은 것도 많다. 얼마나 홧김에 사고 싶었는지 반성할 수 있다. 그러다가 가격이 만족스럽게 내려갔으면 다음 월급일에 맞춰 거래한다.  간혹 위시리스트에 쟁여둔 물건들을 과연 다 살 수 있을까 싶은데 대부분 다 사고 있었다. 정말 원하는 것들을 소비에 맞춰서 산 기분은 사고 나서도 즐겁다. 


그런데 위시리스트를 무시하고 사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바로 오늘이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오면 나는 찌질한 생각이 든다. '아... 누군가 사줬으면 좋겠다' 멋지지 않은 이 생각이 너무 수치스러운데 사실 생각해보면 '로또 당첨되고 싶다'랑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무언가를 효율적으로 얻고 싶어 하고 게다가 노력이 없다면 최상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도 결국 나는 내 돈으로 사야 한다. 어차피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게 없으니까 생각만 하는 게 뭐 어때? 


생활비를 벗어나서 사야 한다면 그것을 충당하기 위해 무언가 더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그런 의욕이 생기고, 부담이 생기고, 책임을 진다. 오롯이 내가 져야 하는 일들이니까 그걸 또 기꺼이 해낸다. 오늘 장황한 이 이야기는 사실 단순하다. 나는 배드민턴화를 사고 싶었고, 생각보다 비싼 게 눈에 띄었고 결국 위시리스트에 넣지도 않은 채 보자마자 질렀기 때문이다. 신어보지도 않았고, 신어볼 시간도 없다. 모험인데 왠지 내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더 좋은 것들을 갖고 싶으면 또 그에 따른 책임을 질 게 될 것 같다. 나를 움직이는 나쁘지 않은 방법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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