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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Oct 11. 2022

안목을 높이고 싶다

사물놀이 느닷 공연 후기

사물놀이 느닷 공연 모습


요즘 킹 프린세스 곡을 한곡 반복하며 지내고, 우울할 때면 프랜 레보 위치의 말발에 희희낙락 거리며 내 안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고, 주로 넷플릭스에서 찾아본다. 넷플 다큐는 가볍고 재밌다. 더 깊은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에는 TED나 EBS의 위대한 유산을 재생한다. 세계적인 석학들(한국사람 없음)이 영어로 강연을 한다. 바꾸고 싶은 차량은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국산차지만 워너비는 테슬라다. 주식은 대부분이 미국 지수를 추종한다.


사물놀이 공연 한 시간을 우연히 보고 나서, 내 관심과 사고방식에서 한국적인 것이 얼마나 있나 하고 되돌아봤다. 강열하다는 말로 부족했고, 새롭다, 생경하다 못해 마침내 이국적이기까지 했다. 가끔 시골에서 장구소리가 들렸고, 곳곳의 축제 현장에서도 사물놀이는 빠지지 않았는데 이 공연은 왜 이렇게 낯설까?


우연히 들린 소리가 행운이었다. 2022 국립무형유산대전이 열리는 장소에 주차할 일이 있다가 연습 소리를 듣고, 시간 되면 가봐야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잠깐 짬이 났을 때 텀블러에 물을 담아서 슬렁슬렁 행사장소로 향했다. 사람들은 시작 전까지 별로 없었고 멀찍이 벤치에 앉아서 보는 둥 마는 둥 시선을 집중하지도 않았다. 혼자라서 공연장 한가운데 앉아 있는 것도 뻘쭘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몇 분이 되지 않아서 혼자라도 가운데 앉아서 봐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공연을 관람하는 이 시간이 진짜 재밌을 것 같았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모 돌리기나, 원반 던지기, 장구소리, 꽹과리, 북은 미디어에서 비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굉장한 울림이 있었다. 공연이 주는 생생한 소리와 연주자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무아지경이었다. 관중은 탄성과 박수를 자아냈고 나도 저절로 흥겨워지는 이 순간을 자유롭게 만끽했다. 이 현장에서 정말로 한판 '굿'이 펼쳐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서울 공예박물관에서도 장인들이 만들어놓은 수공예품을 보고도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흔하게 알고 있는 전통 문양과 빛깔이 아니었다. 장인들이 빚어낸 수많은 무늬와 색감은 난생처음 보는 한국적인 것이었다.


수준 높은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그동안 알고 있던 한국적인 것들은 아주 단편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깊이를 파고들면 그 안에 다시 무궁무진한 세계가 다시 열린다. 이 말은 실력 향상, 성숙, 안목, 수준이 높다 진다는 의미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무엇이든 지루해진다면 그걸 너무 얕은 수준에서만 본건 아니었는지 싶었다.


요즘 유난히 지루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의 발전할 게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발전이 끝난 게 아니라 내가 더 배우기를 멈춘 것이다. 이 수준까지 배우는 건 새롭고 재밌었지만 더 이상은 나아가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일과 관련하여 새로운 툴을 배우기로 신청했다.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느껴서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무의식 중에 그런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루하면 새로운 일을 벌일 생각보다 있는 것을 더 잘 해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안에서도 얼마든지 경이로운 즐거움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금 깊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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