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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an 04. 2023

나에게 좋은 것을 주고 있다는 느낌

유난히 행복했던 2022년 세어보기

인간이란 자기 괴로움을 세는 것만 좋아하지. 자기 행복은 아예 세 질 않아. 만약 제대로만 센다면 누구나 자기 몫이 있다는 걸 알게 될 텐데.
지하로부터의 수기,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2022년 초에 이 문장을 읽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저 그런 내 삶도 사실 세어보면 생각보다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그런 김에 진짜로 세보기로 했다. 노션 첫 페이지를 메인페이지로 정리해 놓았는데, 하단에 '좋았던 일'이라고 썼다. 얼마나 많을지, 적을지 생각하지 않았고,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집착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5개 적으면 많다고 생각했다. 재작년에 일어난 좋은 일은 몇 개 생각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1년이 꼬박 지난 지금, 나는 무려 20가지가 넘는 일을 '좋은 일'로 여겼다. 일 년 동안 도스토예프스키 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입증한 셈이다. 좋은 일은 내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크게 네 가지이다. 일/운동/투자/도자기

이 부분은 서로 길게 연결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나는 노후에 도자기 공방에서 재밌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은 회사에 다니며 월급을 잘 운용해서 투자수익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 '활기'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채우는 건 운동이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운동하면서 느끼는 에너지와 성취감은 오랜 시간 여운이 남아있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끄는 것 같다. 확실히 전보다 덜 예민해졌다.


        5月   배드민턴 레슨을 주 3회 받고 있다. 여기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천진난만해진 기분이 든다.

        8   상담을 받고 난 후, 나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나는 INTJ가 아니고, 그렇게 나타난 이유도 알게 되었다.

        9月   업무 외 2가지 고정적 수입을 확보했다. 원고료가 오르고, 불러주는 곳이 많아서 감사했다.

      10月   월급 외 100만 원을 벌었다. 가계부를 정리하도고 믿기지 않았던 금액이다.

      11   외국인을 대상으로 도예수업을 시작했다. 조촐한 영어 실력도 쓸 데가 있으니 그간 학비가 아깝지..않.

      12   점심시간에 요가원에 다니는 건 엄청난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


살면서 처음으로 다가오는 한 해가 두렵지 않다. 심지어 조금 설레기까지 한다. 아마 지나온 날에 대한 후회 없는 마음이 더 큰 용기를 주는 것 같다. 그 마음은 후회를 갖지 말자고 다짐한 게 아니라, 좋은 일을 세봤기 때문에 알아차린 것 같다. 그동안 적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한 일에 대해 쉽게 여기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내가 좋다고 여긴 것들은 내 열정이 깃들어있고, 그 열정은 쉽게 오지 않는다. 열정은 소중하게 여기다 보니 어느 해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 나의 관심은 하찮은 게 없었다.  2023년에 또 내가 어디에 관심이 생길지, 얼마나 반짝이는 눈빛으로 일하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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