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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May 15. 2023

나는 눈을 낮춰서 사랑하지 않는다

이토록 가벼운 연애

"눈이 높아서 연애를 못하는 거야"

"너 정도면 얼마든지 연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눈을 낮춰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내 연애는 그리 장밋빛은 아니었다. 되돌아보면 과거 내 남자친구로 불렸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항상 '아울이 아깝다'였다. 그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결국 연애하고 있는 나에 대한 평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회사선배가 어느 날, '아울은 자기 자신을 유난히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친한 친구도 내가 '자기 비하'를 자주 한다고 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 대화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선배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조금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겠지만 평온해지기는 힘들었다. 결국 나를 초라하게 보니까 그만한 수준의 남자를 만난다는 것 같았다.


다행히 요즘은 부족함보다 만족감을 더 느끼고 있다. 왜 변했나 되돌아보면 앞으로 혼자 살지도 모르겠다는 경각심이 몰아친 이후였다. 누군가에게 의지해도 좋겠지만 할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도 잘 지내야지 어쩌겠냐. 집에 있는 게 편안하고, 좋아하는 운동도 1년 넘게 꾸준히 하고, 불안한 직장생활 덕분에 주말마다 하던 알바도 2년이 돼 가고 있다. (공공기관에 다니지만 정년보장과 별개로 발전 없는 회사 업무가 불안을 준다) 이렇게 저렇게 꾸준히 하는 일이 나름대로 안정감을 준다. 시간도 잘 가고, 간간이 뿌듯함도 있다. 특별히 불행 없는 게 행복이지 않나 싶은 말들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제와서야 서른이 훌쩍 넘어 삶의 기술을 조금씩 터득해 가는 게 아닐까. 좀 더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일의 루틴을 만들었으면 덜 불안해하며 살았을 것 같다.  자주 보는 유튜버, 심리상담가 앤드쌤이 '인생은 외로움과 두려움의 싸움'이라고 했는데 내가 그런 시기를 단련 중인 것 같다. 외롭고 두려운 마음이야 말로 이제 친구같이 익숙하다. 물론 사랑하기가 힘들다며 시대 탓도 해본다. 이 각박한 세상!


이 와중에 한 번도 사랑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이상형이 이러쿵저러쿵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눈을 낮춰서 만날 수 있었다는 식으로 사랑을 설명하고 싶진 않다. 나는 왠지 나 자신이 스스로 사랑스러워지면 그때서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점점 사랑스러워지고 있다. 살이 쪘는데도 거울을 보니 얼굴이 괜찮다. 오늘도 주문이 잔뜩 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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