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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pr 07. 2023

젓가락질에 대한 편견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는 건 아니지만

젓가락질 잘하는 사람에게 편견이 있다. 없던 호감도 생기는 마법 같은 편견. 


'가정교육 잘 받아 보인다' 이런 건 아니다. 우리 부모님도 정석대로 젓가락질을 하지 않았으니까. 살면서 젓가락질을 잘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에게 식사자리에서 돋보였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 젓가락질 칭찬은 들을 리 없지만 누군가 제대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왠지 반갑다. 생각보다 젓가락질을 정석대로 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요즘은 딱히 부끄러워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지적하는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바야흐로 젓가락질을 정석대로 해야 하는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젓가락질을 정석대로 하는 사람들이 좋은 이유는 확실히 있다. 노력한 흔적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이든, 어른이 되어서든 젓가락질은 배워야 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포크 찍듯이 제대로 할 수 없다. 고치고 싶다면 한동안은 밥 먹을 때마다 번거로워진다. 이렇게까지 굳이 먹어야 하나. 지금 당장 10분이면 먹을 건데, 아무도 안 보는데? 나 혼자 밥 먹을 건데? 라면서 안 하고 싶은 이유는 꽤 합리적으로 나열할 수 있다. 젓가락질 잘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고자 노력한 사람들이다. 


B가 젓가락질을 잘하는 것은 파스타 먹을 때에는 몰랐다가 한식 먹을 때에 보게 됐다. 당시 서로 아는 것도 없고 할 말이 많지 않았는데 이미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상태라 젓가락질을 잘하시네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뚝딱이처럼 젓가락질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봐도 어딘가 이상해졌다. 그 상황이 웃겨서 서로 한참을 웃었다. 젓가락질을 잘해도 밥을 못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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