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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n 01. 2023

택시를 탈 때마다 돈 번 기분

나의 소비 마인드

돈을 쓸 때 마음가짐이 가장 많이 달라진 건 '택시비'이다. 용돈 받아 쓸 때에는 웬만해선 택시를 타지 않았다. 기본요금이라고 할지라도 3배 이상 차이 났기 때문에 피곤해도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나 택시 승차감은 나에게 비슷한 수준이었고 택시 타는 이유는 그저 시간 때문이었기에 부지런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버스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버스를 타지 못하는 건 게으름 하나뿐이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시간이 촉박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게으름과 상관없이 신속하게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거침없이 택시를 잡았다. 소도시 특성상 어딜 가나 1만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긴 하다. 그래도 버스에 비하면 몇 배의 금액이지만 버스만큼 돌아가지 않으니 시간도 몇 배로 단축된다.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택시를 마음 편하게 타는 이유는 또 한 가지, 나는 차가 없다. 그래서 택시를 탈 때마다 오히려 돈을 번 기분이 든다. 1년에 100번 최장거리로 타도 고작 일 백 만원인(100*10,000원=1,000,000) 셈이다. 버스탈 수 있는데 일부러 택시 타진 않고, 도보로 30분은 거뜬히 걷고 1시간도 시간이 남으면 걸어 다닌다. 집-회사는 걸어서 30분이라서 출퇴근을 제외하고 차가 필요한 때는 주말뿐이다. 


웃기지만 나는 차를 매우 좋아한다. 어렸을 적부터 조수석에 앉는 걸 좋아서 엄마를 굳이 뒤로 보내고 내가 앞자리에 탔다. 지금도 예쁜 차가 나오면 얼마인지 바로 검색해 보고, 테슬라 주식은 어떤 개별주식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 차에서 비 맞으며 드라이브하는 일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친구를 만날 때에나 개인적인 취미활동을 할 때에도 차가 있다면 행동반경이 확실히 넓어지게 된다. (이걸 아는 이유는 동생이 차를 가지고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기 때문이다.)


다만 차는 나에게 어마어마한 '사치품'이다. 내 집 마련은 했지만 차는 못 사는 이유다. 그걸 유지하는 비용, 감가상각되는 문제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어지럽다.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다. 차 살돈을 모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요즘은 차가 있으면 그 일이 더 빨리 이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차 살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나. 


부디 차를 타면서 찝찝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상태에서 '내 차'를 감당해내고 싶다. 지금은 택시 탈 때에 돈 번 기분을 느끼지만, 차 탈 때마다 돈이 새는 기분으로 탈 순 없으니까. 문득 차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능력자들. 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차가 사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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