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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l 08. 2023

흙 만지는 일

도예공방 알바생 2년 차 후기

작년 연말정산하는 글을 쓰면서 올해가 설렌다고 마무리지었다. 이 말이 떠오른 건 지금 하루하루가 설레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으로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집중하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만족스러운 기분은 처음이다. 지금이야 말로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다.


하루에 집중하고 있는 건 작년과 비슷하다. 크게 네 가지. 일/운동/투자/도자기. 각각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지속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기서 도자기의 영역을 본격적으로 넓혀 보고 있다. 취미가 일이  되고 싶어졌다. 도자기 생활자로 산다는 건 조금 멋진 것 같다. 내가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한다는 것도 참 맘에 든다. 사실 회사원이 멋있어 보이지가 않아서 오랜 기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집단에 속하고 싶다. 흙을 만지면서는 내가 꽤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취미가 나에게 주는 의미

퇴근 후 도자기 생활


취미를 일로 만들어보려니 워라밸은 사라졌다. 퇴근 후 취미를 하는 게 아니라 퇴근 후 또 다른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이 싫지 않다. 예전에는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선망의 대상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 이렇게 하면 언젠가 되겠구나. 까딱하다 이루는 거 아니야?'라는 확신이 더 생긴다. 뭘 이루냐면 도자기 생활을 지속하는 일상이다. 공방 알바생 신분도 벌써 햇수로 3년이 됐다.


도자기 영역 넓히기

네이버 인플루언서, 도자공예기능사


외부활동으로 기사를 쓰기도 하는데, 조금 운영이 축소되어서 열정을 쏟을 데가 사라졌다. 내 이야기를 더 쓰는데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죽어가는 내 블로그가 생각났고, 다시 네이버 블로그가 활발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동안 만든 작업물들을 순차적으로 업로드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도자공예기능사에 대한 욕심은 처음부터 있었다. 공방을 오픈하는데 조건이 되는 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검증받아보고 싶은 인정욕구랄까. 도예과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취득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도 다를 바 없다. 자격증은 초보자에게 자신감을 준다. 일단 취득하고 다시 작업을 성실하게 해나가고 싶다.


하반기에 계획한 일들은 더 많다. 6월에 도자공 필기를 취득한 이후 8월에 볼 실기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공예 인플루언서도 돼보고 싶다. 아이디어스 입점도 해야 하고, 내년 플리마켓에 나갈 상품들을 부지런히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걸 다 해낼 수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루기엔 너무 꿈만 같고,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뭐 실패해도 누가 아냐.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안다. 지금에서야 이 글을 읽어준 독자들까지 알았겠다. 좋은 점은 나는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 성취가 느리더라도 글을 계속 쓸 예정이다. 기록하는 건 언제나 지금을 사는 기분이고, 글을 발행했을 때에는 작은 꿈 하나를 이룬 것 같다. 내가 놓아버리지 않는 다면 내 꿈들도 달아날 리 없다.



* 시간이 된다면 제 네이버 블로그에도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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