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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l 21. 2023

도자기에 물린 사람들

회사원의 취미 도예 일지


그런 사람들을 뒤에서 도자기에 물렸다고 한다

물레 위에서 흙의 중심이 잘 잡히지 않아 끙끙대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은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학원에 강사로 일했을 시절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 학원에는 유독 1년이 지나도 중심을 못 잡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도자기에 물렸다'라고 표현을 쓴다고 한다.(업계에서 통용되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사실은 도자기가 아니라 그 학원, 원장에게 물린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원장은 중심 잡는 법을 일부러 어설프게 알려주고 절대 터득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야만 학원에 계속 오기 때문이다.


영영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 학원비만 계속해서 지불해야 하는 사람들. 쉽고 즐거운 영역에서만 노는 사람들. 한편으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될까 봐 무섭기도 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어내면서도 비하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로 취미와 원데이클래스라는 분야는 굉장하게 커나가고 있다. 나조차 여러 취미 활동에 맛보는 정도로 체험해 보기도 했고, 도자기로 한번 해보다가 빠져들게 됐다. 저런 말들을 마냥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전공자도 아닌 나는 취미로 도자기를 배운지 겨우 2년 차다. 나는 성장하고 있을까? 객관적으로 내 실력을 바라보고 있을까? 결국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혹시 이렇게 물리지 않을까 흠칫하기도 한다. 센터에서는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있다. 소성비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이 소성비가 최근에 150%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한꺼번에 오르니 마음에 부담이 생겨 요즘은 몇 달간 작업한 기물들을 쌓아두고만 있다.


원하는 유약도 없었고, 시유 방법도 모르고, 가마도 없기 때문에 아직은 완전히 독립하긴 시기 상조다. 그래도 언젠가는 하나 둘 장비를 사고 싶다. '취미 수준에 무슨 가마냐'라는 생각도 든다. 타인을 의식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거긴까진 허용이 안됐던 것 같다. 그래서 당장 내린 결론은 없다. 수강료 지불할 능력과 시간이 있으니 다행일 뿐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흙 만지는 일을 지속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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