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상태에서 다시 일상으로

변화무쌍 여름일기

by 김아울

여름 동안 몸을 혹사시켰다. 자격증 준비한답시고 물레를 하루 평균 3시간씩 찼다. 이렇게 하면 오래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험이 얼마 남이 않아서 달려보기로 했다. 짧은 기간 동안 하려니,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마지막째주에는 정신까지도 피폐해졌다. 한숨을 정말 많이 내뱉었다.


퇴근 후 세 시간이 뭐라고, 다음 날까지 매일 지속적으로 영향을 줬다. 침대에 일어나면 몸이 천근만근이고, 점심 도시락도 귀찮아서 라면이나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운동은 당연히 일시정시. 천천히 살이 찌기 시작했다.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 같아서 물레 찬 이후에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았다. 그걸 할 힘이 안 남아있어서 문제였다.


물레차기 전까지 올해 상반기에는 운동도 음식도 건강하게 나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건강해진 체력으로 물레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웬걸 일주일 동안 안 타던 스키를 탄 것처럼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동안에 내가 길러온 것들은 일상생활에 지장 없을 정도의 체력이었다. 무언가를 더 차려면 그에 맞는 근육이 있는 것 같다. 도자기 물레 근육, 글쓰기 근육. 일 근육.


지금 약간 얼빠지고 의욕 없는 상태다. 시험이 다가왔을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회복하기 전 쉼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영부영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다시 운동을 해야했다. 조금 더 걸어보고, 아침 스트레칭도 전에 하던 만큼 했다. 그리고 어젯밤 이른 저녁에 소파에 앉아 뭐 하고 쉴까 생각했다. 책장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보다가 데미안이 눈에 띄었다. 기대 없이 침대로 가져가서, 책 읽기엔 어두운 조명을 켰다. 졸리면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40분 정도가 지났을까. 친구에게 전화가 오기까지 빨려들 듯이 읽었다. 흡입력이 있는 내용은 아닌데 느리고 세심한 표현들이 재밌었다. 그때서야 마음이 고요해지고 쉬는 기분이 들었다. 반절을 읽고 나니,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많이 읽을 때 유독 쓰고 싶어 했다. 몇 장 안읽었는데 글쓰기 근육이 다시 생기려나보다. 그것만으로 안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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