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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pr 19. 2020

3주간의 동학개미 분투기

#01 독서에세이 / 엄마, 주식사주세요

은행권에 30년 동안 일한 부모님, 경영학 전공 그럼에도 내내 적금만 들었던 금융문맹이다. 몇 달 후면 첫 취직 때 들었던 5년짜리 적금의 만기가 다가온다. 적금 5년은 5년간 출근했다는 뜻인데 그동안 세 번의 퇴사가 있던 걸 미리 알았더라면 감히 가입하지 못했을 상품이다. 적금을 강요했던 엄마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겠지. 엄마는 적금의 반은 자기 때문이라며 감사하라고 한다. 한동안 그랬는데 요즘은 다른 세계가 보인다. 


친구 A는 부천에 취직해서 5년 내내 한 직장에 다녔다. 1년 정도는 원룸에서 살더니 과감하게 집을 구매했다. 1년간 천만 원 더 모으려고 산 아파트가 2천만 원이 오른 걸 보고 결심했단다. 친구는 2천만 원이 올랐을 때 아파트를 구매했고 다시 1년 뒤에 4천만 원이 올랐다. 나의 근로소득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친구 B는 부동산 P2P에 투자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금액은 최대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어서 큰돈은 안되지만 커피값은 된다고 일단 100만 원만 투자해보라고 했다. 속는 셈 들어갔는데 안정적으로 수익이 들어오자 상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역시 돈은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주식은 관심만 있었지 섣불리 실행에 옮기기 힘들었다. 경영학 교수들은 하나같이 주식에는 절대 뛰어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뒤로 취직까지 한동안 주식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서른 살이 되어서 만난 30대 중반쯤 된 선배들을 보니 부의 격차가 확연히 나타났다. 월급쟁이의 소득과 저축으로 절대 사지 못할 집과 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특징은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만의 재테크를 하고 있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경매에 대해서 신나게 말하는 그 눈빛이 부러웠다. 나는 지금까지 순진하게 적금만 붓고 은행 직원들 월급을 줬다. 은행은 내 돈으로 누군가에게 높은 대출이자를 받으며 장사를 했을 텐데. 은행에게  원금을 보장받고 있는 게 아니라 돈의 가치를 썩히고 있었다.


3주 전에 나를 동학 개미로 안내한 은혜로운 사람이 있다. 아쉽게도 사랑에 빠지진 못했지만. 덕분에 금융문맹에서 조금은 탈출할 의지가 생겼다. 그는 번듯한 금융 관련 공공기관에 일하고 있으면서도 직장보다 자식의 주식 수익률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심지어 '직장은 조직생활하려고 다닌다, 돈은 주식으로 번다'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오만하기도 하면서 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은 곧 2020년형 아우디 A7을 살거라 지금 타고 다니는 차는 세컨드카로 팔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의 여자 친구가 된다면 벤츠를 준다는 식으로 홀린다. 한 세 살만 더 어렸어도 넘어갔을 것 같다.


주식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적당한 선을 지키며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힘들었다. 그는 고위험, 고수익 추구자였고 해외주식을 하지 않았다. 대학 때부터 주식을 해왔다고 했다.  내 나이 때쯤 크게 망한 적이 있는데 그때 1년이 지나자 수익률이 열 배로 치솟아 그때부터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그만한 자신감에는 역시 계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물어봤는데 납득이 간다. 그는 변동이 클 것 같은 기업이 있으면 하루 만에도 수십만 원의 차이로 이익을 보는 위험한 단기 투자자였다. 그의 방식을 따라가기엔 무리였다. 


주식계좌를 개설할 때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안정 추구형'으로 나왔다. 증권회사 직원은 나에게 '해외주식을 구매할 수 없었고(구매하려면 계약서를 추가로 작성), 투자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없고 나에게 어울리는 금융상품은 적금이라며' 이래도 주식을 하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동안의 나의 무지를 확인받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나는 나름의 분석 끝에 게임 주식을 구매했다. 월요일 9시에 장이 열리자 숫자가 쉴 새 없이 변했다. 그런 시장을 뚫고 최저점을 사야 한다는 압박감에 속이 메스꺼웠다. 한 시간이 지나도 매수하지 못했다. 더 떨어지거나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수천번 반복했다. 결국 그날은 구매하지 않았다. 다음날, 내가 원하는 가격에 예약 주문을 걸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다. 단기 투자자로 살면 삶이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주식하면 망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주식 차트와 호가만 온종일 쳐다보며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날 하루동안 억만장자가 됐다가 순식간에 거리의 부랑자가 되기를 반복했다.


주식도 자신만의 기준과 철학이 필요하다. 직장동료는 20%가 넘으면 무조건 매도한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절대 손해 본 적이 없다고 자부했다. 20%가 넘기 전에 빼지 않으니 기우제를 드리는 인디언 같기도 하다. 대학 선배는 분산 투자는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200% 수익률인데, YG에서 -200%라면 결국 원점이라며 의미 없다고 했다. 다들 단기투자의 입장이다. 나는 첫 주식을 매매하고 단기 투자수익을 얻으려는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내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한 전문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존 리는 저서 '엄마, 주식 사주세요'는 주식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좋은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한국은 주식을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를 것 같으면 사고 단기간에 파는 것은 투자가 아니다. 워렌 버핏은 '10년을 갖고 있을 것 아니면 10분도 갖고 있지 마라'라고 말했다. 우량주를 적금처럼 다달이 샀더라면 지금 쯤 차 한 대는 사지 않았을까. 물론 존 리는 차 살 돈도 아껴서 주식을 사라고 한다. 지금 투자한 몇 백만 원이 수십 년 후에 몇 억이 돼있다는 걸 확신한다면 누가 주식을 안 할까. 상승할 종목을 찾는 안목을 길러야하는 것이 관건이다.


ps. 내가 3주 전에 산 게임 주식은 수익률 25%에 달한다. 장기투자자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매도하고 싶어 안달이다. 이래서 내가 동학 개미다. 이건 팔고 다음부터 장기 투자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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