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컨슈머 책리뷰
책 디컨슈머는 소비를 줄이는 이야기를 넘어서, “쾌락은 편안함이 아니라 불편함의 해소”라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철학자들이 말한 ‘갈망 자체가 행복’이라는 주장과도 닮았다. 뭔가를 얻는 순간의 기쁨은 짧아서 또 갈망하고, 소비하고, 그러다 한동안 지쳐버리는 것 같다.
저자는 말한다. 단순히 물건을 안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안써저 저축한 돈도 은행은 더 큰 '투자'로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소비 절제가 아니라고. 소비를 덜하기 위한 결론은 “많이 벌지 말라.”가 가장 유용하다고 한다.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풍요를 향한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라 쉽진 않아 보인다.
덜 벌어서 적게 쓰는 삶의 효과도 흥미로웠다. 얼마든지 쾌락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가령 ' 불편함을 자잘자잘한 즐거움으로 해소하느냐, 늘 똑같은 편암함을 느끼느냐 사이의 선택을 제시'하고 있다. 식기세척기 대신 그때그때 설거지하기, 음식물처리기가 대신쓰레기를 바로 버리기, 티비 대신 모아둔 콘텐츠 보기, 헬스장 대신 동네 산책. 덜 가져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 일들을 불편함을 해소하는 순간이니까.
1971년 미셸 카나나크의 연구는 철학자들에게 탄탄한 근거가 되는 실험이기도 했다. 욕조안에 들어가서 손은 바깥의 물통에 넣었는데 그 온도가 달랐을때, 물의 온도가 다른 사람들은 더 유쾌했다고 말한다. 반대로 물의 온도가 같은 사람들은 미지근할 때 조차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실험은 내 습관과 묘하게 닮았다. 잠을 잘때에 몸의 반쪽만 이불을 덮는 습관이 있다. 한쪽은 포근하고 다른 쪽은 시원한 감각이 좋았다. 단순히 상체를 덮지 않고 하체만 덮는 것과 달랐다. 훨씬 더 좋았다.
내 자잘한 행복은 완전히 시원하거나 따뜻한 것도, 적당히 무난한 것도 아니다. 그 경계를 오가며 느끼는 감각 속에 있었다. 그래서 이 연구 결과가 더 기쁘다. 삶이란 애초에 100% 완벽하게 정제된 순간으로 채워지지 않을 테니까. ‘적당함’조차 쉽게 갖추기 어렵지 않던가. 결국 우리는 불편함을 품은 채로도 행복해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