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의 스포츠

이기고도 마음 불편한 사

by 김아울

세계적인 배구선수 김연경 선수가 감독으로 활약하는 예능 프로그램 '원더독스'를 봤다. 세계적인 선수라는 건 알았지만, 그의 태도를 이렇게 생생하게 본 건 처음이었다. 이건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스포츠 다큐에 가까웠다. 김연경 선수의 실력을 겸비한 당당함은 늘 '워너비'였다. 승자의 서사를 완벽하게 가진 사람.


이번 배구 예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어떤 스포츠 예능보다 더 진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선수와 감독 모두 배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느껴지기에 그 진정성에 빠져들었다. 그 장면 속에서 떠오르는 건 나의 작은 운동장-배드민턴장이었다.


김연경선수가 코칭 중에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너무 할 정도로 거길 공격해, 약점이 보이잖아 왜 거기로 안 때려?'


그 말에 담긴 진심, 냉혹한 승부가 보였다. 스포츠에 세계에서는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먼저 공략해야 이길 확률이 높다. 그게 전략이다. 배드민턴도 마찬가지. 복식경기를 하다 보면 상대가 자주 비워두는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을 노리면 점수를 얻기가 쉽다.


운동의 묘미는 그런 약점을 자각하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연습을 통해 실력이 늘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는 쾌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점수가 많이 나는 스포츠일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볼 때에는 그런 긴장감이 재미있었지만, 선수로 뛰기 시작하면 점수의 의미가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아마도 승부를 즐기기보다, 너무 깊게 감정이 연루되는 사람인 것 같다. 상대가 지면 그 사람의 기분이 상할까 신경 쓰이고, 나에게도 과하게 했던(그마저도 내 기준) 사람에게 남 몰라 눈을 흘긴다. 이기고 지는 결과보다 '마음을 다치지 않는 일'에 더 집중해 온 것 같다.


여기서 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약점을 공략하는 일이 감정을 건드리는 일처럼 느껴진 것 같다. 이 모순 속에서 운동을 하니 몸보다 마음을 떠 쓰고 있는 것 같다. 일부러 실력을 비슷하게 팀을 짜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비슷하게 했을 때의 승부가 더 완벽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 모순이 나라는 사람의 방식인 것 같다. 세상은 경쟁적으로 움직이지만, 나는 그 안에서 평온을 찾아내야만 한다. 회사에서의 진급, 월급, 자산의 상승은 승패처럼 보이지만, 내가 꾸려가는 세상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규칙이 없다.


사실 배드민턴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승패는 그날의 기록 일 뿐이다. 삶 전체를 휘두르거나 상대의 감정까지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점수보다 관계를 더 바라봤던 것 같다. 상대의 표정을 오래 기억하는 건 망상이 아니라,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이기기 위해 약점을 공략하는 일도, 경기 후 서로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결국 같은 열정으로 그 코트 위에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