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10년 차, 회원탈퇴

고마운 이별

by 김아울
10년간 함께한 시민단체 활동을 잠시 쉬겠다고 말했다. 모임에서 맡은 역할이 희미해졌고, 참여만으로는 시간을 보내기 아까웠다. 나의 전문성도 부족했다. 그래도 단체가 추구하는 방향을 지지하기에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


같은 일에 분노하고 책임지며 행동하는 모습은 당시 20대였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사회의 점하나 찍으며 영향력을 발휘할 기분에 온갖 허영과 정의감이 뒤섞였다. 최소한 방구석에서 키보드로 조롱만 하는 것보다 나은 기분에 취해있던 것 같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좋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더 결별을 선언하기 힘들었다. 그것 또한 자의식 과잉이었다. 10년이야 말이 길지 그리 적극적이지도 않아도 최선을 다한 기억도 없었다. 나 하나가 그리 큰 힘이 되지 않았음을 알기에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빨리 정리했어야 서로에게 더 좋았을 것 같다.


대표님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쉬다 오는 걸로 하자"라고 말했다. 그런 넉넉한 표현에 감사했다. 사무처 직원 한분은 그동안 애써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길게 보내왔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여러 번의 퇴사와 활동 중단은 흔히 겪는 일이니까. 그럴 때마다 듣던 말들은 은근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약자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속 그런 반응만 겪으면 한두 번이야 괜찮지 대부분은 자책하곤 했다.


이번처럼 훈훈한 끝맺음이 저어하다. 동시에 이 끝맺음이 완벽한 이별도 아닐 거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다른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세상은 생각보다 좁아서 어디선가 연결돼버릴 수가 있다. 그간의 몹쓸 이별동안 배운 뼈아픈 후회다. 이제야 겨우 헤어지고 다시 봐도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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