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복수를 하고 왔습니다

그 이후 뒷 이야기

by 김아울

오늘 완벽히 같은 복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하고 나서 즉시 기분이 좋지 않아 마음이 멜랑꼴리 해졌다. 한마디로 복수를 너무 같은 모양으로 하면 좀 가오가 떨어진다.


어제 퇴근길, 전화 통화가 길어졌다. 집 도착해 주차를 하고서도 한동안 차 안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그때 옆에 연식이 느껴지는 소나타 한 대가 들어왔다. 주차를 하더니 문을 콕 박았다. 기분이 픽 상했다. 또 아저씨다. 차를 산 지 몇 주 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긴 적 있었다. 바로 내려 항의하곤 했었는데, 1년쯤 지나니 그냥 넘기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같은 동 주민이기도 했다. '괜히 얼굴 붉히지 말자'


잠시 후, 그 아저씨는 차에 두고 온 게 있었는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운전석 문을 꽤 과감하게 열더니, 내 차 조수석을 다시 한번 박았다. 차 간격이 아주 좁았던 건 아니라 큰 흠은 없었을 것 같지만, 기분이 안 좋아졌다. 나는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길 바라는 마음에 바로 문을 열고 조수석을 한참 바라보다 지나갔다. 아주 소심한 눈빛이라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같은 차가 여전히 그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도시락과 운동화 주머니를 조수석에 넣으려고 두 차 사이로 들어갔다. 어제 문콕이 생각났다. 나 차에서 별 흠은 없는 걸 확인했다. 공간도 그리 좁지 않았다. 나는 같은 자리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짐을 넣었다. 그리곤 문득 나도 한 번 문콕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 열어야 닿는지 슬며시 문을 더 열어젖혔다.


콕.


차에서 내려서는 순간 잠시 멈칫했다. 그 아저씨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쩐지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전날의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알아서 그런 걸까. 몰라도 이 정도는 기분 안 나쁘세요?라고 되묻고 싶기도 했다. 아리송한 질문들만 쌓였다. 그제야 알았다. 똑같이 복수해도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나만의 작은 복수를 하고 낄낄댈 참이었는데, 하필이면 당사자에게 들켜버리다니. 부주의한 사람보다, 하찮은 일에 벼르다 행동으로 옮긴 내가 더 우스웠다. 복수는 통쾌할 줄 알았다. 아니다. 그냥 민망하기만 한다. 특히 이런 작은 일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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