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게 둡시다
두 사람이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을 앞두고, 그 시간이 종종 ‘빨리 치러야 할 일’처럼 취급되는 게 안타깝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인연인데, 그 약속을 기념하는 과정에서는 나대는 군상들이 많다. 시장은 더 쓰라고 부추기고, 가족은 자신들이 받을 몫을 계산하며, 어느새 결혼식의 주인공이 신랑 신부가 아니게 된다.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역할로 밀려난다.
보통 1년 동안은 준비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고, 결혼이 가족들의 심기를 살피는 일이 되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회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거나 아주 작게 가족들만 모시거나, 아예 신혼여행을 길게 떠나는 경우도 보인다. 누군가 먼저 강요된 관습을 거부하는 데에 큰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 선택을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용기가 된다. 늘 그렇듯 먼저 간 사람들이 거친 파도를 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주고 있어서 감사하다.
나도 '늘 하던 대로' 하는 결혼식 과정에서 많은 걸 하지 않았다. 일반적은 대한민국 결혼식에서는 더 할 것보다 뺄 것이 훨씬 많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뺄 것들을 정하면 준비는 한결 수월해졌다. 우리의 결혼은 1년이 훌쩍 지나 지금은 조금 미화됐지만, 우울한 엄마를 달래는 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택의 오롯이 둘이서 결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풍파를 딛고 결혼식을 치르는 사람들 또한 존경스럽다. “이 시간만 지나면 된다"라는 말로 나 역시 위로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정말로 별일 아니다.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최대한 보호하고, 결혼식 이후의 시간을 더 소중히 지키길 바란다. 주변에 이기적인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조용히 축복하고 기꺼이 손 내미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없으면 또 어떤가. 둘만 잘 지내면 된다. 너무 큰 의미는 두지 말자.
ps.
그리고 가족분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둘이 사랑을 하게 내버려 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