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목적이 숫자가 되지않게

PT

by 김아울
트레이너가 나한테 성격이 보인다고 했다. 굉장한 목적지향적인 성격이라고 했다. 나는 야망도 크지도 않고, 하고 싶은 걸 얕게 파고, 이리저리 둘러보기나 좋아하는 편이라 납득이 안 됐다. 목적지향이라면 그 목적 중 하나를 뭔가 이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제대로 이뤄낸 게 뭔가 하고 바로 머릿속에서 툴툴거렸다.


트레이너는 평소에 나의 운동신경을 높이 평가했다. 여성들 중에 중상 정도라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헬스라면 담을 쌓고 있었는데, 초반부터 영업인가 싶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PT 받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니, 할 수 있는 동작들이 내가 더 많은 것 같았다. 뭐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싶다.


헬스에 대한 오해는 많이 풀렸다. 지루할 줄 만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롯이 몸에 집중하다 보면 1시간이 너무 빠르다.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그 시간 내에 최대한 집중해서 하려니 무게도 늘고, 자세도 더 다양해지는가 보다.


오늘은 스미스머신을 도움을 받아 스쿼트를 이어갔다. 한 번에 15개를 하고 3세트가 목표였다. 초반엔 역시 잘하다가 한계에 다다르니 머리도 핑 돌고 어지러워진다. 마지막 부분에는 손목이 돌아가고, 허리가 굽어지고 난리가 났다. 그러면 안 되는 동작들을 내 의지가 아닌 힘으로 해내고야 말고, 이상하게 일어서버렸다.


트레이너는 그런 나를 보고 목적지향적이라고 했다.


"회원님, 일어서는 데 목적을 두니까 정자세로 못하고, 자꾸 다른데 힘이 들어가는 거예요. 버텨보고 아니면 주저앉아 버리세요. 다른 자세는 다치게 돼있어요"


개수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바른 자세로 운동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마침내 혼자서도, 맨몸으로도 그렇게 해야 내가 원하는 목적에 맞는 운동이다. 단순히 개수만 채우는 건 운동을 배우는 의미도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냥 주저앉는 적이 있었나? 끝까지 제대로 해보고 완전히 녹다운되는 지점에 가본 적이나 있나 싶다. 이상한 요령이 통하지 않는 건 헬스뿐만이 아닐 텐데.


트레이너는 그날 나에게 미션을 주었다.


"회원님, 목적지향적인 성격은 바꿀 수 없어요. 그 대신 목적을 바꿔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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