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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Sep 23. 2020

코로나 핑계대면 나만 손해

줄넘기 13일차

코로나 핑계로 집에서 깨작깨작 스트레칭만하다가 답답해서 나온지 13일이 되었다. 그 전에는 헬스장에서 넷플릭스보며 걷기라도 했는데 헬스장이 수시로 닫아서 일상을 다시 짜기 번거로워졌다.


'운동 못하는거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면 나만 손해다.

태풍이 자주 분다고 천변 출입이 막히고,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헬스장이 닫는다고 할 수 있는 운동이 없는게 아니다. 그래도 동생이 추천한 요가소년은 재미없고 나른했다. 인기 많은 유튜버지만 아침에 요가를 하다가 다시 잠에 빠질 것 같았다.


운동 장소


그러다 헬스장이 있는 3층에 놀이터가 생각났다. 그 놀이터에서 줄넘기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대학교때 친구가 줄넘기 3천개를 매일매일 운동했더니 체력이 정말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에게 그때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처음에 천개씩 하다가 3천개까지 늘려서 3개월간 했고, 그때의 몸무게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는 워낙 활동적이고 줄넘기가 아니어도 다른운동을 해왔지만 어쨌든 줄넘기로 좋아졌던 몸을 계기로 꾸준히 관리하고 있었다. 같이 있으면 평범해보이는데 사람들도 각자 자기만의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부러우면 나도 해야지.  


오늘은 3천개를 하고 나서 그 친구에게 연락했다. 2주 정도 꾸준히 해서 누가 좀 알아줬으면 싶었다. '야, 너랑 말 한 이후로 이후로 태풍부는 하루 빼고 매일매일 줄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는 대단하다고 자기도  주위에 할만한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말이 마음에 훅 찌른다. 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모든 상황이 술술 풀리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상황에 맞게 하고 싶은 일을 재설정하고 그걸 하고 싶었던 일인양 밀고 나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줄넘기의 재미를 알지도 못했던 때에는 분명히 이정도 의지는 없었다. 재미도 몰랐다. 그리고 이시간 줄넘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나에게 허락되었음을 감사한다.


출퇴근이 짧고, 가까운 곳에 놀이터가 있으며 그 놀이터에 쿠션이 매우 좋고, 아침에는 놀이터에 아이들은 커녕 사람 한명 없다. 오로지 혼자서 뜨는 햇살을 느끼며 땀을 흘리면서 내가 여기에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게 느껴지는 하루다. 그 하루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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