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엽 Nov 12. 2017

디자이너들이 바라보는 ‘우주생물학’


2022 년 인류는 화성으로 가서 위성도시를 건설한다.
Space X의 엘론 머스크,화성 식민지 프로젝트 – spacenews.com

얼마 전 미국 우주선 개발 업체인 스페이스 X의 엘론 머스크가 2022년에 인류를 화성에 보내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위성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70년대부터 인류는 지구를 대신해 거주할 수 있는 행성으로 화성을 주목하고 있어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현재 기술에 근거하여 세운 계획이기에 구체적이고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는 왜 화성과 같은 우주 행성으로 진출하려고 할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과학자들의 수많은 가설들을 확인하고 연구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자원고갈이나 환경파괴 등으로 지구에서의 삶이 영원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한계성 그리고 지구 너머의 미래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화성은 지구의 생명체가 살기에 매우 척박한 환경이어서 화성 대기 중에서 산소를 추출하고 화성 지표층 아래 얼음에서 물을 만들어 내는 것까지 하나하나 인간과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국 Farming(농사)에 필요한 생물학적인 연구와 연습이 필요하며, 1인당 50만 달러, 약 5억 이상의 엄청난 개발 비용이 드는 만큼 새로운 행성에서의 핑크빛 미래를 예상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Spacefarming bacteria 3D model – Studio Genotype

우리가 화성에 가서 환경을 만들며 사는 것이 당장 어렵다면 화성의 극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식물 혹은 생물들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런 식물과 생물들로 자원이 고갈되는 지구를 화성을 이용해 살릴 순 없을까? 

런던 소재의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 Studio Genotype (Raph Kim & Jae Kim)은 사람 피부에 사는 박테리아를 화성에서 Farming 해서 지구로 수확하고 그 수확한 박테리아로 새로운 자원을 만드는 ‘Space Bacteria’라는 프로젝트로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화성 식민 콘셉트를 재해석했다.

ImperialCollege Bio Lab에서 촬영한 박테리아 및 미생물들의 각기다른 환경의 번식패턴. - StudioGenotype

실제로 박테리아는 화성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영하 50도 정도의 극한의 추위에서도 Anti-freezer와 같은 화학 물질을 끊임없이 발생시켜 얼지 않게 하는 등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이 하며 점점 그 저항력/적응력을 증가하게 만든다. 또한 사람 피부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는 해로운 병원균의 전염으로부터 우리의 피부를 보호하며 좀 더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박테리아의 습성을 이용해 Studio Genotype은 다른 중력에 따른 박테리아의 번식 패턴, 크기와 색상 등을 연구하며 화성에서의 farming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사람몸의 각기다른 부위에서 채취한 Bacterial portfolio - Studio Genotype

Space bacteria의 콘셉트는 이렇다. 1) 먼저 자신의 피부에서 박테리아를 채취하여 일정 시간 동안 배양한 후 화성으로 보내 질 특수한 용기에 보관하여 화성으로 보내진다. 2) 화성으로 가기까지 약 6-8개월이 걸리며 화성에 도착한 박테리아는 화성 탐사 로봇의 도움을 받아 화성 바위에 심어지게 된다.

화성 바위에 심어진 박테리아 배양기 (3D model과 박테리아 샘플)- Studio Genotype

3) 이렇게 화성에서 자란 피부 박테리아는 기존의 성질과는 다르게 Anti-freezer로 업그레이드되어 지구로 수확하여 돌아오는 것이다. 4) 이렇게 화성에서 수확한 박테리아는 평균 영하 50도 화성의 추위에 내성이 생긴 Anti-freezer박테리아여서 이 박테리아로 로션을 만들어 피부에 바르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장갑이나 두꺼운 점퍼를 입을 필요가 없게 된다.

화성에서 수확한 피부 박테리아 샘플 3d model - Studio Genotype

추운 날씨에 필요한 장갑이나 두꺼운 점퍼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은 양/오리/거위털 등을 얻기 위해 동물들을 해칠 필요가 없는 것이며 나아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가공되는 여러 제품의 자원고갈, 생산 과정이나 시스템을 친 지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작 동물들이 제공하는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화성으로 박테리아를 보낸다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가축을 기르는 데는 아프리카 대륙 크기와 같은 3300만 km 2만큼의 땅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많은 물과 식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간의 가공품을 만들기 위해 가축 수를 증가하여 키우는 건 더 이상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생산에 들어가는 자원이 경제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영국 UCL대학 Astrobilology,Lewis Dartnell 박사 TED speech – TED Blog

Studio GenotypeSpace Bacteria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Astrobiology(우주생물학)의 자문을 맡아준 Lewis Dartnell 박사는 인터뷰 중 “디자이너의 상상력은 놀랍다,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청사진에 컬러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며 과학자들과 디자이너들이 같이 일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고 Space Bacteria 프로젝트의 현실 가능성을 서포트했다. 

언뜻 보면 인류학자 혹은 과학자가 생각하며 연구해야 할 이야기 같지만,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비전이 더 해졌을 때 그들의 연구와 실험이 더욱더 현실에 가까워지는 우리 미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와 디자인이 조화로운 만남을 시도할 때 그리고 융합하여 시너지를 창조할 때 우리에게 더 큰 가능성과 기회가 열릴 것이다.  우리는 그 가능성에 좀 더 열린 마음과 시각을 가지고 어떤 분야이던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StudioGenotype과 영국 Imperial College bio lab의 협업.


작가의 이전글 합성 생물학과 디자인의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