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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PD Nov 06. 2015

어쩌다 CJ는 40대를 노리는 채널을 만들었을까?

O tvN<어쩌다 어른> 분석

O tvN<어쩌다 어른어쩌다 CJ는 40대를 노리는 채널을 만들었을까?


오늘은 이번에 새로 개국한 O tvN과 신규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방송계와 광고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조금 어렵거나 낯선 내용도 있으리라 본다. 


  TV의 주시청층은 중장노년층이다. 많은 채널들이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 중장노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방송사가 넘치고 있는 셈인데 이 와중에 CJ E&M이 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O tvN을 올해 9월 10일 개국했다.(신규 채널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기존 라이프 채널을 리노베이션 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이 레드오션에 CJ는 왜 뛰어든 것일까? <어쩌다 어른>, <비밀독서단> 등은 어떤 전략 하에서 만들게 되었을까? 한번 살펴보자. 



  지금까지 프로그램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된 기준은 시청률이었다. 지상파의 경우 특정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방송사는 가능한 한 공공의 기대에 부합해야했고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는 평가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였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광고를 주수익으로 삼는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률 상승은 광고 유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목표였다. 더 많은 시청자를 모을수록 더 많은 광고주를 모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시청률은 단일하고 강력한 평가 기준이었다.


  더 적은 돈을 들여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면 광고 효율은 높아진다. 그리고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생리대를 파는 회사라면 이를 구입할 젊을 여성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의 광고를 사야한다. 그런데 광고를 내면 젊은 여성 시청자들 외에도 그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생긴다. 20대 남성도 보고 80대 여성도 본다. 사실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주 타깃 외의 시청자들 머릿속에 생리대 브랜드가 각인되는 것은 헛돈을 쓴 일이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만 어필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방송사가 적었을 적에는,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을 때는 광고주의 그런 니즈를 방송사가 수용해주지 않았다. 방송사는 그냥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만들면 광고주는 주 소비자가 많은 프로그램을 알아서 찾아야 했다. 그렇게 해도 광고가 완판이었다. TV광고의 매력이 독보적으로 커서 비싼 만큼 광고 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상황이 바뀌어 방송사나 광고주나 사정이 안 좋아졌다. 방송사 입장이 더 중요한데, 이제 방송사 수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에 따라 광고 유치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나아가 방송 광고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의 경우 광고주가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에 집중해서 광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 광고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은 내적, 외적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방송사마다 광고주가 선호하는 타깃(젊은 소비층으로 20세에서 49세 사이)에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TV를 가장 많이 보는 시청자들이 중장년임에도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젊은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낮아도 광고는 더 유치할 수 있다. 지상파 중에는 SBS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SBS의 드라마가 장르물이 많아진 이유는 가구 시청률보다는 개인시청률에 더 집중하고자 했기 때문이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청률이라는 게 가구 시청률이다. 집에서 누가 TV를 보더라도 봤으면 시청으로 집계된다. 반면 개인시청률은 누가 봤는지도 확인한다. 주로 20대~40대 시청자가 얼마나 봤는지가 중요하다.)

  KBS와 JTBC를 제외한 종편 등은 여전히 가구 시청률을 중시한다. 모두 중장노년층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KBS의 절대 다수 시청자들은 50대 이상이다. 방송가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만 사시는 집에는 리모콘이 없다는 말도 농담 삼아 한다. KBS1만 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으로 전체 시청률을 중시할 수밖에 없으며 광고 외 TV수신료를 얻기 때문에 광고 유치에 덜 민감할 수 있다.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는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시청층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 지형 상 중장년에 집중했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보다 더 젊은 타깃에 승부를 거는 것과 달리 시니어에 어필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두었다. 그래서 고부 문제, 건강, 노후 등이 프로그램의 주제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광고 수익이 많지 않다. 광고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와도 돈이 되질 않는다. 이게 종편들의 고민이다.


  지상파가 중장년층을 버리길 망설일 때 CJ 계열 케이블은 선명하게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생산해왔다. tvN은 가장 젊은 컬러를 표방한다. 이들은 시청률은 낮아도 수익은 높다. 또 PPL과 협찬 유치도 많고 프로그램 외 수익도 많다. 회사의 방향도 수익률에 포커스를 두다 보니 회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그런데 이들도 고민이 있다. 젊은 시청자들이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서유기>의 탄생도 이런 배경이 있다. TV 스크린을 통한 시청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콘텐츠 수익 모델을 만들어보고 있는 셈이다. tvN Go의 경영 목표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TV 스크린으로 보는 시청자들, 그래서 온 에어 광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시청자들의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 정점이 40대다. 광고주에게도 매력적이며 TV 스크린으로 TV를 앞으로도 열심히 봐줄 사람들.(물론 광고에선 2039 시청자를 보지만 40대는 상대적으로 분명한 장점을 가진다.) 만약 다른 시청자들은 들어오지 않고 오직 40대만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광고 효율을 극대화하고 그 규모에 맞는 광고 단가를 구성한다면 어떨까? 지상파는 케이블처럼 타깃을 세분화할 수 없고, 또 광고 단가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도 없다. 비대칭적인 규제를 하고 있는 한국 방송 시장이기에 CJ는 승산이 있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 같다.


  O tvN은 오직 40대에만 집중한다. 조금 넓히면 35세부터 55세 사이의 유부남이고 또 자녀가 있는 사람들. 그래서 <어쩌다 어른>의 출연진은 다른 시청층을 염두에 두지 않고 구성된다. 대부분 자녀 있는 유부남녀.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 오직 그들의 이야기만 담으려 한다. 프로그램의 지향점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하고 노는 것이 아니라 사는 얘기를 제대로 하는데 있다. <어쩌다 어른>은 짐이 무겁다고 어디 가서 하소연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짝 자신의 속살을 보이면서 서로 위로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상중의 캐스팅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겉으론 진지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 아이가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변한다. 서경석은 착하게만 살았는데 잘 살았나 불안한, 남희석은 조금은 못 되게 굴고 현실적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성숙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대변한다. 게스트로 나오는 철수와 영희도 이런 정서를 풍성히 하는 사람들이다.

  회사로 출근하고 또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쉴 곳은 없다. 그래서 <어쩌다 어른>의 세트는 현실과 거리를 두고 ‘나’를 어루만져줄 제 3의 공간으로 꾸며진다. 그리고 그 곳은 어릴 적 하나씩 만들어봤던 아지트로 호명된다. 또 젊은 사람들은 <어쩌다 어른>이 코너도 없이 구성이 느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삶이 여러 개로 구획되고 제약 받는 40대의 대화에 코너화는 대화를 압축하기보다는 대화를 겉돌게 한다. 느슨하고 호흡이 살아있는 편집은 이 프로그램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말하고 있다.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는 것은 여행에 열광하는 40대의 정서와 연결된다. 반면 매우 사적인 공간을 표방하고 있지만 카메라 워킹이 인위적이고 연출이 불쑥 개입할 때가 있는 건 아쉬운 점이다. 

 CJ의 새로운 채널은 성공할까?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좋은 수를 둔 것은 맞다. 특히 지상파에서 교양 프로그램이 질식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양 프로그램의 활로가 그 쪽에서 열릴지 주목된다. 지상파 교양 PD들의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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