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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PD Nov 12. 2015

XTM<수방사> 남성들의 치기어린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XTM <수컷의방을사수하라>

XTM <수컷의방을사수하라>(남성들의 치기어린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수.방.사>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XTM 2015년 9월 22일 / 5회 방송(파일럿4회 포함)

평균 시청률 : 0.4%(닐슨)

MC : 정상훈, 김준현, 홍진호


 <수.방.사>는 남성 전문 채널 XTM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뜨거운 화제를 몰고 오며 정규화를 확정, 11월 10일부터 레귤러 방송을 시작했다. 남편판 러브하우스로 불리는 <수.방.사>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점령’당한 집에서 남편만을 위한 공간을 몰래 만들어보는 인테리어 메이크-오버 쇼다. 낚시, 캠핑, 야구 등 취미 활동에 빠진 남자들이 자신의 취미 활동을 영위할 공간을 집안에 아내 몰래 만드는 계획을 세운다. 제작진은 인테리어 전문가를 섭외하여 아내가 외출했을 때 집에 잠입한 후 공사 계획을 짠다. 그 다음 남편은 아내를 외출시킬 계획을 세우고 아내가 나가면 제작진은 그 틈을 타서 공사를 신속하게 감행한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남성들은 조금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문화 지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근래 한국 사회는 점점 더 가족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경제 활동을 부부가 같이 하며 양육의 대한 부담도 함께 지어가고 있다. 그래서 아빠의 가족 내 역할을 코치해주는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보다 남성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집 안팎 일이 구별되어 있었다고는 하나 남성들이 가진 특혜가 더 많았던 반면 지금은 그것이 줄어들면서 남성이 한 마디로 ‘더 정신 좀 차리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존 취미 생활은 방종의 상징이 되고 남성들만의 커뮤니티는 가족의 적이 되었다. 이러한 과도기에는 남녀 간의 불화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아내는 여전히 미흡한 남성들의 가정생활에 불만이 많다. 청소를 하건 설거지를 하건 흡족한 수준에 못 미친다. 시키느니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아이들을 스노우 파크에 데리고 가기로 했는데 워터파크 티켓을 끊어오는 남편들과 살고 있다(5회). 반면 남성들은 성과를 차치하고 들이는 노력의 양을 어필한다. ‘전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가족에게 헌신하는데 대우는 이 모양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는 남성들이 그간 애지중지했던 취미 생활을 영위하기에 삶은 녹녹치 않다. 

 상실감에 휩싸여 있는 남성들의 마음에 <수.방.사>는 기름에 불 붙이 듯 과감한 제안을 한다. 아내 몰래 하고 싶은 것을 감행하라고. 논리적으로 말하면 어차피 이길 수 없다. 아내의 요구가 맞는 말이지만 이걸 감당하기에 남성의 정신과 육체는 아직 따라오지 못 하고 있다. 원래 진화는 현실보다 더디게 온다. 그래서 상당히 유아기적 발상으로 프로그램은 꾸려진다. 아내 몰래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집안에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제작진도 후폭풍을 우려한 듯하다. 프로그램의 존재가 알려질수록 여성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우격다짐은 과거 남성주의 사회가 지닌 폭력성을 환기시킨다. 남자가 하라는 대로 따라야 했던 여성들의 기억에 이런 우격다짐은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가 이 시점에서 감행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연민도 조금씩 공유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꽤 노력하는데 직장과 가정생활을 양립하는데 좌절감을 느끼는 남성들의 고충은 슈머우먼이어야 하는 여성들의 고민과 비슷하게 겹치면서 남녀 모두 그 사이 한 걸음 다가왔는지 모른다. 

 <수.방.사>에 의뢰한 남편은 아내가 보일 반응에 노심초사하며 일을 진행한다. 그런 동시에 새롭게 바꿀 나만의 공간을 꿈꾸면 마음이 들뜬다. 그렇게 엄마에게 혼날까 마음 졸이며 하지 말아야할 장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정서를 소환한다. 그 두근거리는 상황이 남성들의 정서에는 코어가 아닌가? 이런 포맷은 어떤 미스터리나 깔깔이(웃음)보다 강력하게 남성 시청자에게 어필한다. 남자들이 열광하는 지점이 여기부터 만들어진다.  

 방송에는 그 회 소개하는 취미와 관련된 수많은 상품과 인테리어 콘셉트가 나온다. 홈페이지에도 시공 정보, 제작 협조 상품 목록이 대대적으로 나온다. 이 프로그램은 협찬과 PPL을 받는 것이 유리하도록 포맷팅 되어 있다. 취미 애호가들에게는 최상의 물건, 또는 신상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고 제작진은 비교적 손쉽게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전형적으로 소수 타깃을 목표로 하는 케이블 TV에서 가능한 전략이다. 보통 지상파는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소구해야 하는데 이런 매니아적 소재는 수용하기 쉽지 않다. 시청률 확보는 미지수고 협찬 업체도 순도 낮은 시청자들(즉 해당 콘텐츠 시청자 증 자신의 고객의 비율이 높지 않은 경우)을 위해 지갑을 열기 조심스럽다.   

 주인공 남편이 공사가 마무리된 수컷의 공간을 보며 만끽하는 장면은 <러브하우스>와 동일하지만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은 없다. 음악도 동일하며 앵글과 화면 전환도 원작을 따랐지만 오직 남편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실제로는 패러디 형태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실제 취미 생활하는 공간을 재현, 재해석한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있다. 5회에는 당구장을 재현하는데 카페트부터 국제식 대대,  당구공 닦는 기계, 심지어 구석에 있는 미니 오락기까지 디테일을 살려가니 덕후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절정은 아내의 반응을 보는 부분이다. 최종 결말까지 채널을 돌리지 못 하는 마력이 여기에 숨어있다. 머리가 백지 상태인 남편의 풀린 동공과 어처구니없어하는 아내의 한숨이 믹스되면 독특한 공기가 만들어진다. 너무 리얼해서 다큐멘터리에서도 보기 힘든 표정들이 터져 나온다. 아내를 따라다니며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과 일이 어디까지 왔는지,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 집을 뒤져보는 아내 사이에 긴장이 팽팽하다. 남의 집 싸움 구경이 제대로다. 그런데 불화가 폭발하고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어쩔 셈인가? <수.방.사>는 상당히 쿨한 선택을 한다. 마음대로 고쳤으니 문제가 생기면 그냥 도망치는 것. 문제가 있는 방식이지만 남성적 사고가 그대로 들어가는 것 같아 어이없지만 쾌감을 주기도 한다. TV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타지를 주는 곳 아닌가? 

 <수.방.사>는 때로는 꽤 영리한 솔루션을 내놓기도 한다. 첫째는 매번은 아니지만 아내에게도 만족할만한 보상을 찾아 준다. 평소 아내가 마음에 안 들어 했던 부분을 고쳐주는 등 아내도 원하는 것을 인테리어로 구현해준다. 둘째로 수컷의 공간은 꽤 마초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가족과의 접점을 최대한 찾으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캠핑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제 집에서 캠핑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적어도 남편이 밖으로 돌지 않고 집에 들어와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아내에겐 일종의 보상이 될 수 있다. 아내가 마지못해 승낙하는 마음은 우리 남편들이 얼마나 먼 곳에서 집으로 다가오고 있는지 아내도 알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수.방.사>는 남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에 한 발자국 다가가려는 남자들의 노력으로도 보인다. 프로그램이 욕은 덜 먹으면서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남성들은 집안에 자신들만의 공간이 없다고 토로한다. 실제 주인공 집을 실사하면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입장에서 불만은 존재한다. 아이와 양육의 공간이 여성의 공간으로 묶이는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아내도 아내와 엄마이기에 앞서 여자이고 싶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육아와 가사에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은 여러 안전장치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불평등한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여성은 사실 남성보다 ‘먼저’ 포기해왔던 사람들 아닌가? <수.방.사>가 지상파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지상파라면 남편, 아내의 도발을 섞어서 보여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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