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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01화
임신 중도하차
또 심장이 멈췄다.
by
Kimplay
Jun 5. 2021
1월
"잠깐만요. 음.."
초음파를 보던 의사의 말에 온몸이 텅 비어 떠오를 것 같았다.
나는 진료대를 꽉 잡았다. 초음파 화면에서 커서가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조용하다. 지난주와 달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막 형태를 갖추려던 태아는 자궁 안에 홀로 두둥실 떠 있었다.
"심장이 멈췄네요."
두 번째 유산이었다. 심장 소리만 들려주고 8-9주 사이에 또 떠나버렸다.
고작 반년 만에 똑같은 아픔이 두 번이나 들이닥쳤다.
처음보다는 담담한 모습으로 의사의 설명을 들었지만,
마음은 그러질 못했다. 오히려 두 번째라 더 절망적이고 막막했다.
유산의 기억때문에 다니던 병원을 마다하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새로운 병원으로 옮겨 왔지만
이곳에서도 나는 유산을 선고받고 말았다.
남편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신이 나간 나 대신
수술 일정과 영수증을 챙겨 평소와 다름없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강직한 사람이다. 문제가 생기면 거기에 온 마음을 쏟는 나와 달랐다.
남편의 강직함은 나의 진정제였다.
그런데 보조석에 앉아 남편의 옆모습을 보는데 울컥 눈물이 솟았다.
왜 또 이런 일이 내게 생겼나, 하는 서러움과
네 달 전 처음 본 남편의 우는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7년 여름, 우리는 난생처음 유산을 겪었다.
나는 생일을 3일 앞두고, 소파수술을 했다.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쭉 달릴 줄 알았지,
임신에 중도하차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한없이 슬프고 아팠다.
수술 일주일 뒤, 경과를 보러 일요일에 병원을 방문했다. 텅 빈 로비에는 우리뿐이었다.
염증 없이 잘 아물고 있다는 얘길 듣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였다.
그때도 나는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었는데
묵묵히 듣던 남편이 갑자기 운다.
"나는 네가 잘못될까 봐.." 하더니 펑펑 울었다.
덤덤해 보이는 남편에게, 오빠는 어떠냐고, 슬프지 않냐고, 채근하던 내가 떠올랐다.
나만큼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남편의 우는 얼굴을 보는 순간, 내가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을 위해서 지난 일에 메여있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생기니 나는 그날처럼 다시 방황하고 있었다.
우는 얼굴을 감춘 남편에게서 진정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 뒤 수술대에 누워서
나는,
내가 품은 생명이,
또 심장이 멈췄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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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수술
심장
Brunch Book
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01
임신 중도하차
02
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03
유산 후유증의 서막
04
자궁 적출이라고요?
05
갑자기 결핵환자가 되었다.
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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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충전 에세이 <콧구멍워밍업> 저자 내가 겪은 낯선 일들과 계속 머물고 싶은 평온한 일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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