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후유증의 서막

자궁에 흔적이 남았다.

by Kimplay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반복된 불행의 터널을 중간쯤 빠져나왔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자궁 초음파를 하러 산부인과에 갔다. 모든 것이 다 제자리로 돌아왔는지 확인차 방문했다.

아니, '제자리' 보다는 '예전의 상태, 원래대로'라는 말이 더 나을 것 같다.


두 번의 유산 후, 나는 내 몸에 예민해졌다. 몸뿐만 아니라 생각도, 마음도

모든 것이 예전보다 예민해졌고, 원래보다 나약해졌다.

어쩔 수 없었다.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일주일 뒤 다른 의사에게 초음파를 받았었지만,

삼 주만에 다시 산부인과에 간 것이었다. 배가 조금 아팠던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불편도, 이젠 그냥 넘길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초음파를 보던 의사의 마우스가 바쁘게 움직인다.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의사 앞으로 갔다.

"음.. 태반조직 일부가 자궁에 남은 것 같아요."

무척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수술 전 동의서에 재수술 가능성도 있었던 게 떠올랐다.

우리가 사인하기 전에 되물었던 항목이기 때문이다





"수술을 다시 할 수도 있나요?"

"네, 하지만 그런 일은 드물어요."

의사는 그런 일은 드물다고 했었다. 그 말에 왜 안심했을까. 없다고 한 건 아닌데..

그건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데 삼 주전 그 의사는 뭐지? 뭐가 깨끗하다는 거야!'

억울함이 솟구쳤다. 의사는, 좀 깊은 곳에 있어서 보는 방향에 따라 안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수긍하기 어려운 답변이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해결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재수술을 받아서 될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좀 지났고 위치도 애매해서.. 단단히 유착됐을 거예요.

제거하다가 출혈이 생겨 멈추지 않으면

색전술을 해야 할 수도 있어요. 색전술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 보세요."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봄을 앞두고 내 앞에 닥친 겨울에 머릿속이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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