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겪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확실한 공감

by Kimplay

두 번째 소파수술이 끝나고 엄마에게 갔다.

엄마는 연달아 유산한 딸을 위해 매끼 손바닥만 한 소고기를 구웠고,

싱싱한 채소를 상에 올렸다.

해 주는 밥을 먹고, 가만히 누워 며칠을 보내다 보니 문득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내 안에 갇혀서 내 아픔만으로도 벅차 누구에게 미안하단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 아픔이 흘러넘쳐 밖으로 나가기에 문을 조금 열었더니

그제야 날 돌보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품은 아가를 보내 놓고도 이렇게 아파하는데,

다 키운 딸이 몸도 마음도 상하는 걸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자 마음이 숙연해졌다.

흘러넘쳐 흐트러지기만 하던 아픔이 조금은 가다듬어졌다.

유산한 딸이 와 있으니 엄마의 몸과 마음도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의 일정도 내게 맞춰 바뀌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엄마의 집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산후조리원은 그렇게 많으면서, 왜 유산 후 조리원은 없어?


한의원에 가면 유산도 출산과 같으니 똑같이 몸조리를 하라고 한다.

하지만 출산 후 몸조리가 양지에서 이뤄진다면

유산 후 몸조리는 음지에서 이뤄지는 느낌이다.

체계화된 시설도 없고, 마음속에는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좋은 걸 먹거나 관리를 받을 기분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위해, 다음을 위해 몸을 추슬러야 한다.


몸을 돌보는 만큼 마음을 다독이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방 안에 홀로 누워있을 때면 비슷한 사연에 참 많이 울고 위로받았다.

그래서 유산 후 조리원이 있다면 가고 싶었다.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확실한 공감,

그것이 주는 힘을 글로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곳은 없었다.

나는 어릴 때처럼 엄마의 밥을 받아먹고

무럭무럭.. 기운을 키워내는 수밖에 없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