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노비들의 대화

노비끼리 왜이래

by Kimplay

저녁을 준비하는데, 해뜰이가 바지처럼 다리를 감싸고 칭얼댄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삼국지를 보고 있었다.

'그래, 밖에 나갔다 오면 피곤하지. 비관우장비 보고 싶겠지.'

해뜰이를 달래 가며 주방에서 열심히 움직였다.


그러다 해뜰이가 중심을 잃고 쿵 넘어졌다. "으아앙"


해뜰이가 다치지 않았는지 살피다가

울컥 할 말이 솟아오른다.

'아니, 나는 놀았냐. 나는 티브이 안 보고 싶냐. 대답해 봐. 나 자신.'

대인배인 척 끝.

"오빠!


오빠도 퇴근 후 휴식타임 끝.

퇴근하자마자 아기랑 같이 목욕하고

겨우 앉아 20분쯤 봤을 거다.

그냥 두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저녁 준비를 할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식탁.

가운데에 해뜰이를 앉히고, 우리는 양쪽에 마주 보고 앉았다.


오빠: '나는 새벽부터 나가서 일하고' 궁시렁 '집 와서도 아기 보고,,' 꽁시랑.

나: 오빠, 똑같아. 차이가 있다면 오빠는 외거노비고, 나는 솔거노비라는 거 정도?


엄마, 아빠가 얘기하는 걸 듣던 해뜰이가 웃는다

'노비들끼리 왜 이래요?' 하는 것처럼.

해뜰이덕분에 배틀 끝내고 맛있게 밥을 먹는다.


왠지 밥을 더 먹었다. 고봉밥을 먹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기청정기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