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서른

by 해연


40대 초반,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의기양양했다. 회의실에서 내 목소리가 가장 컸고, 내가 없으면 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았다.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날들이 부지기수였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고, 주말 출장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때의 나에게 일은 존재 이유이자 자존감의 원천이었다.


그런데 50대가 되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회의에서 내 의견보다는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더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때 내가 가르쳤던 후배들이 이제는 나를 조심스럽게 대하며 "부장님, 이건 어떠세요?"라며 예의상 묻곤 한다. 그들의 눈빛에서 나는 이미 과거의 사람이 되었음을 읽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숨죽이며 사는 사람이 되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이 먼저 앞선다. 언제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이제 그만 쉬시죠"라고 말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상이 되었다. 한때 나의 전부였던 직장이 이제는 나를 옥죄는 족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주저앉고 싶지 않다.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보다는, 이제라도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20대에는 먹고살기 위해, 30대에는 성공하기 위해, 40대에는 관성에 의해 달려왔다면, 이제 50대는 나를 위해 살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나드는 이 시대에 50은 인생의 후반전이 아니라 새로운 전반전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정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부담도 있고, 가족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들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제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설레는 그런 일을 찾고 싶다.


그리고 이제 어느덧 50중반이 되었다.


그동안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나의 '두 번째 서른'을 실행할 나이가 된 것 같다. 30세에 시작했던 첫 번째 인생이 있었다면, 이제 55세의 나에게는 새로운 30세가 주어진 셈이다. 첫 번째 서른에서는 누군가의 아들로, 누군가의 남편으로, 누군가의 아버지로 살았다면, 이번 두 번째 서른에서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


50대,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이제야 시작인 나의 두 번째 서른, 남은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모르고 살아왔던 나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