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상처받는 사람

나의 인생에세이

by 해연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으니 자꾸 알고 있는 단어가 말할 때 바로 바로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튜브라는 채널을 활용해서 나름 방명록은 아닌 것 같고, 자서전 이것도 사실 너무 거창하고, 유언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이른 것 같고, 그냥 인생에세이 뭐 그렇게 말하고 요즘 느끼는 하루 하루를 생각하고 그때 그때 꼿혔던 생각을 시간될 때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고, 나중에 더 나이먹으면 한번 듣고 이때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기 위한 정리를 하는 저장소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일단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솔직히 나 같은 놈이 어떻게 이렇게 회사생활을 오랫동안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나는 진짜 엄청 일희일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진짜 작은 일에도 금방 상처받고, 그리고 그 상처도 진짜 오래가고, 그걸로 사람을 괴롭히진 않지만 젊은 날엔 나를 공격했던 사람을 괴롭히지 못하니 집에서 인형 사다 놓고 그 사람 이름 빨간색으로 쓰고 엄청 저주하고 자로 때리고 던지고 바늘로 찌르면서 뒤져라, 죽어라 이런 식의 얘기도 하기도 하고, 가장 심했던 것 중에 하나는 운전하다가 누군가 난폭운전을 하면 엄청 혼자서 욕하다가 창문을 열면 아무일없었듯이 친절해집니다.


모르겠네요 아마도 일할 때 윗사람들이 어떤 일을 시키면 그일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면 잠이 안왔고, 그일을 잘하려고 어느정도선에서 마치지 못하고 더 잘하려고 노렸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그 과정속에 어떤 누군가에게 안좋은 소릴 들으면 무척 마음아파하고 괴로워하고 그 말이, 그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아서 몇날 몇일을 괴로워 하다가, 어느정도 잊고 지낼만 하면 그 기억이 또 되살아나 나를 괴롭히고, 그러다가 또 누군가가 칭찬이라도 해주면 너무 좋아서 충성을 맹세하곤 했었던 것 같습니다. 무척 단순했죠.

소위 호구라고 해야 할까요?, 직장에서 호구는 너무 부려먹기 쉬운게 그들은 잘한다고 거짓 칭찬을 조금만 해주면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기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려먹기 그들만큼 좋은 사람들은 없죠. 제가 그랬듯이 말이죠.


일희 일비에 대한 수시로 변하는 갈대 같은 내 마음을 보면서 늘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병헌의 달콤한 인생이란 영홥니다. 진짜 이병헌은 내가 아는 최고의 배우 중에 한명이라고 늘 생각합니다. 어쩜 저 사람은 영화를 위해 태어나지 않았을까 할 정도죠. 영화를 뺀 그의 인생은 상상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부러운 인생이죠.

그런 이병헌의 멋진 나레이션과 1도 같지 않은, 무척이나 거슬리는 나의 목소리로 그의 멋진 대사를 읽어보겠습니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니 마음 뿐이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때는 솔직히 대사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병헌이 좋았고, 그의 목소리에 혼미해져서 그냥 듣고 있었죠. 몇번을 돌려보고 그때의 깨달음 뒤에, 나이를 먹고 다시금 생각하는 나의 일희일비는 외부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늘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기분이 좋은날은 그냥 하루가 즐겁죠 반면 기분이 안좋은 날은 그냥 하루가 힘들고 괴롭습니다 언제부턴가 일희일비가 심한날은,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은 빨리 집에 와서 자버립니다. 우리 와이프가 잘 하는 방식이죠. 저하고 말다툼하면 아아~ 알았어 하더니 그냥 자버립니다. 내 얘기가 듣기싫은거죠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모든게 새로우니 그런 방식을 택하더군요. 그래서 나도 따라해봤는데 효과가 좋더군요. 역시 와이프 말을 들으면 삶이 윤택해진다는 조상들의 지혜라고나 할까요.

나의 인생에세이 # 쉽게 상처받는 사람

얼마전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는데, 다른 라인으로 환승하기 위해 문앞에서 대기하다가 어떤 여성분이 케리어를 끌고 가는줄 모르고 대각선으로 지나가려다가 케리어에 걸려 넘어질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어~ 하면서 오른손으로 분명 뭔가 물컹하는 뭔가를 잡았는데 분명 누군가의 허리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케리어를 끌고 가시는 분은 연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나는 로보트처럼 일어나서 아무말없이 직진하고 있었고 빠르게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소위 죽다 살아 났죠.


등에 식은땀이 흘렀고, 무척이나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었을뿐 그외엔 아무생각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악몽이 떠오릅니다. 지금 세상은 일희일비수준이 아니라, 작은 실수에도 인생이 한방에 나락으로 갈수있기 때문이죠. 암튼 그냥 이런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이병헌의 달콤한 인생에서의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나의 30대 직장생활은 이루어질수 없는 꿈으로 매일 인형에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혀놓고 죽어버리라고 그렇게 일희일비하는 날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이루어 질수 없는것이죠. 결국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하루 하루 깨닫다가 삶을 마감하는 것 같기도하고요.


나이를 먹으니 조금씩 깨닫게 되니, 나의 일희일비도 조금 줄어들었을까요?

전혀 입니다. 그저 여전히 매일 매일이 소심한 하루인 것 같습니다. 그냥 이렇게 살아야죠. 다만 이제는 인형에 이름쓰고 욕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것도 깨달음이겠죠.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얼마를 살진 모르겠지만 사는 날까지 잘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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