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용, 전시용, 발표용 프로토타입 시나리오 작성
내가 진행했던 선행 프로젝트의 대다수 시나리오 작업은 전시, 발표, 데모용 시나리오 작성을 기준으로 진행한 경우가 많다. 선행 기술과 컨셉에 대해 구체화 가능성에 대한 검증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시나리오를 의미한다.
특정 컨셉과 기능을 강조하는 프로토타입 제작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프로토타입 제작용 시나리오의 경우 일반 양산용 시나리오 작업과는 다르게 고려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것들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물론 프로젝트마다 워낙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하지만,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기준에서 대표되는 고려사항들을 글로 옮긴다.)
어떤 프로젝트건 간에 가장 중요한 시작은 이 프로젝트를 '왜'해야 하는 것이냐 일 것이다.
시뮬레이션 시나리오 작성 시에도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의 목적이 전시 목적인지, 발표 목적인지, 내부 보고인지, 외부 보고인지 등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 따져 보다 보면 '누가''어디서'이 프로토타입을 체험할 것인지도 나오게 된다.
[1] 누가 컨트롤하는가
프로토타입을 컨트롤하는 사용자가 특정 시뮬레이터냐, 불특정 일반 사용자냐, 별도 프로젝트를 컨펌하는 리더나 임원 들이냐에 따라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 특정 시뮬레이터일 경우 - 시뮬레이터는 정해진 스크립트에 따라 정해진 기능을 직접 컨트롤할 것이다. 기능 컨트롤에 대한 자율도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주요 기능에 집중한 시나리오 작업이 필요하다. 어차피 사람들은 시뮬레이터가 선택한 그 주요한 기능들만 보게 될 테니..
* 불특정 일반 사용자일 경우 - 양산 수준의 퀄리티를 필요할 수 있다. 사용자는 주요 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에 대해 조작을 시도할 것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해 대처 가능한 기능 구현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완성도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2] 어디서 어떻게 컨트롤하는가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는 장소나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특정 서비스에 대한 기획을 진행하면서, 그 상황과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고민한다. 경우에 따라 실제 그 환경을 경험해본 사용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실제 환경에 대한 경험을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프로토타입을 이용하는 환경도 같은 맥락이다.
산만하고 사람 가득한 전시장을 생각해보자. 이 가운데 전시되어있는 자율주행 차량을 생각해보자. 일단 차는 고정되어 전시되어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의 목적인 '주행'의 환경을 경험하기엔 어려운 환경이다. 또한 어떤 기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숙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차량에 탑승할 경우, 결국은 제대로 기능을 체험해보지 않고 아 - 뭔가 신기하고 특이한 전시 었어. 하고 말 것이다.
이 처럼 장소나 상황을 이해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 보여주고자 하는 기능과 컨셉에대해 좀 더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다.
시연자가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시나리오 작성 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상황에 따라 상황 몰입을 위해 별도 몰입 유도를 위한 영상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혹은 음성 가이드로 상황에 대한 안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실제 기능에는 포함되지 않는, 오직 시연을 위한 기능들이다.)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하겠지만, 몰입 환경 조성을 위해 '리셋'의 기능의 존재 유무도 고려하게 될 것이며 기능의 일부로 '스토리'개념을 통해 '000 스토리 체험 시작'의 기능을 넣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대부분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의 경우 특정 기능, 특정 컨셉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개발 기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그만큼 시연에서 주요하게 강조하려는 부분이 무엇인지, 무엇에 우선순위를 둬서 일정의 몇 퍼센트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 기능에 대해서는 양산 수준의 구체화된 기능 구현을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기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양한 비주얼과 인터랙션 등으로 디테일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반면 부수적인 기능들에 대해서는 1-2 depth정도의 기본 기능 정도만 구현을 할 수도 있다. (이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있지만, 프로토타입을 직접 체험하는 사람들의 시간도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라는 걸 같이 생각해보면 좋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해볼 수는 없다. 주요 기능에 대해서만 체험 가능 경로를 제공해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선행 기술의 경우 실제 개발이 아닌 영상으로 작업되는 경우도 있다. 단 몇 분의 컨셉 영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주요 기능에 대해 몰입을 유도하며, 구체화된 컨셉을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라인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진행했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 작성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은 전체 기능이 아닌, 특정 기능과 컨셉에 관련한 시나리오 작성만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전체 ia나 menutree에 대한 고려가 상세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의 본질적인 목적은 '양산화'이다.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의 다음 스텝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다면, 확장된 후 혹은 다음 버전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구조가 아닌, 다음 스텝을 위한 큰 구상은 어느 정도 고려하고 진행해야 한다.
어떤 걸 보여주고 싶냐에 따라 '시연의 시작'을 어느 단계로 할 것인지도 정해진다. 인트로나 로그인 단계를 생략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며, 부수적인 기능들에 대해서는 진입 시도 시에 별도 알림을 통해 아, 어떤 기능일 거 같지만 이번 시연에서는 체험해볼 수 없는 기능이구나를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왜, 어떤 걸 보여줘야 하는지가 정해졌다면 이제는 그것들을 '어떻게'보여줘야 할지 생각해보자. 프로토타입은 실제 환경과 어느 정도 유사하게 제작되는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진행했던 어떤 선행 프로젝트의 경우, 디바이스의 형태가 굉장히 독특했고 그 안의 디스플레이 레이아웃 영역에 대한 제너럴 가이드가 포커스 된 프로토타입 설계 미션이었다. 가로길이가 매우 길었던 디스
플레이 었으나, 미션을 시연하는 환경에서는 작은 디스플레이를 가로로 여러 개 이어 붙여 시뮬레이션했다.
여기서 우리는 디스플레이를 여러 개 이어 붙임으로써 중간에 베젤 영역으로 끊기는 영역을 고려해야 한다는 미션이 하나 추가되었다. 정말 주요한 컨텐츠가 베젤 영역이랑 겹쳐서 아예 안보이거나, 오히려 다른 컨텐츠의 방해 요소로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컨트롤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에 일반화된 경험이 아닌 선행 제스처를 고려하고 있다면 제스처를 유도할 수 있는 어포던스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으며, 선행 디바이스일 경우 화면 출력 방식이나 체감 경험에 대해 사전 체험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로 내가 선행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일반 디스플레이와 출력방식이 달라 명도나 채도의 디테일한 구현이 힘들었다. 따라서 명도와 채도를 대체할 레이아웃적인 고민을 추가로 필요로 했으며 끊임없이 실제 디바이스에 화면을 넣어서 체험해보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서 진행했다. 컨텐츠 안에서 거리감을 표현하기 위해 명도나 채도로 구분 지었던 것들을 컨텐츠 카드 자체에 원근감 있는 형태를 통해서 표현하기도 했다.
기타로 사운드나, 조명 등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는가
그리고 음성인식의 경우, 시끄러운 전시장을 고려해 충분히 인식 가능한가 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환경에서 프로토타입을 체험하게 될 것인지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이다.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 머릿속으로 개발된 프로토타입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에 대하여 충분히 상상해본 후 시작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