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림 May 30. 2020

재택 근무와 함께 변화한
'작업'의 시간

집콕 삼개월 째 후기.

어느 날 갑자기, 재택 근무가 시작되었다.

다급하게 회사에 들려서 장비를 챙겨서 집으로 갔고, 미처 닦지못한 책상 위 커피자국이 선명하게 굳어가도록 다시 회사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많은 날들이 지났고, 그 안에서 재택 근무의 일상에 적응해갔다. 재택 근무를 하는 동안, 내 방안에서의 작업 시간은 매우 많아졌고 또 익숙해졌다. 재택 근무가 마냥 좋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재택 근무를 하는 기간 동안 내 삶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회사 작업 뿐만아니라, 미루고 미루던 나의 작업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간 분배

우선 나는 8시 30분에 업무가 시작이기때문에 8시에 기상했다.
30분동안 씻고, 식빵과 우유를 들고 아침을 준비했다. 재택 근무 전에 평소 6시에 기상하던 패턴을 생각하면 무려 2시간이나 더 늦은 기상이었다. 그럼에도 굉장히 여유로웠고, 아침의 부담이 사라졌다.

2시간 늦어진 기상시간을, 2시간 더 늦게 자는데 사용하였다. 주로 6시 전후로 퇴근을 하면, 6시부터 - 새벽 2시까지 8시간의 나의 시간이 생겼다.

불필요한 출퇴근 시간과, 기타 점심시간, 커피타임 시간들이 사라지고나니 회사에서 퇴근한 이후로는 온전히 내 삶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다.



8시간의 시간을 '내 작업'하는데 사용했다.

주로 나는 미루고 미루던 그림 작업, 영상 작업, 그 외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시간을 사용했다.

집이 익숙해지고, 방 안 책상이 익숙해지니 '내 작업'을 하는 집중의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 전에는 책상 앞에 앉기까지,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펼치기 까지의 과정이 몹시 귀찮고 힘들었다.

업무를 하기위해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익숙해지고, 그럼으로서 내 작업을 시작하는 시동이 빨리 걸어질 수 있었다. 

평소 디자인과 생활에 대한 버릇때문인지, 생활을 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를 작업으로 옮기고 싶은 욕심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은 '쉼'으로 활용하기에 바빴고 그러다보니 실행하지 못한 작업이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재택 근무를 시작하는 동안 집이 '쉼'의 공간이 아닌 '작업'의 공간이 되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평소 하고싶었던 작업을 많이 시도할 수 있었다. 



회사 일과, 내 일의 경계가 모호해 지기는 했던 것 같다.

책상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회사 작업과 내 작업간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퇴근을 하고나면, 일을 하는 동안 남아있던 '몰입'의 여운을 내 작업하는을 하는 것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배꼽시계가 울리지 않는 날이면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서 오랜시간 노트북 앞에만 있곤 했다.

그러나 종종, 아니 자주. 회사일과 내 일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다. 퇴근을 한 후에 일과 관련된 메일이나 메신저가 온다거나, 반대로 일을 하는 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검색을 한다거나. 그 경계의 문턱이 낮은 만큼, 너무나도 쉽게 넘나들고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적이 아주 많았던 것 같다.

퇴근을 했지만, 퇴근 하지 않은 기분. 일을 하는 중이지만 긴장이 느슨해진 기분. 그 기분이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뭐랄까.. 하얀색 물과 파란색 물을 들고있다가, 어느 날 정신차려보니 두개가 섞여서 하늘색 물이 되어 있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재택 근무를 하는 동안, 집에서 밥을 먹다보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함께 요리를 하거나, 장을 보러가거나, 티비 앞에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거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과의 거리도 좁혀졌다. 

엄마는 내가 재택 근무를 하게되면서, 딸래미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그러나 가끔, 일을 하는 중에 벌컥 열리는 방문 때문에 놀란 적이 여러번 있었던 것 같다. 행아웃 미팅으로 발표를 하고있을 때, 방문이 열리고 '하림아, 과일 먹을래?'라고 말씀하시는 엄마를 바라보며 좌절 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대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유난히도 많은 미팅이 있고, 함께 의사결정할 일들이 많다. 재택 근무를 하는 동안 몸이 편하긴 했으나, '아.. 회사 가고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대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감정, 그리고 몰입도는 분명 '행아웃'미팅과는 달랐다. 그리고 카메라를 켜지않고 음성으로만 대화를 진행할 때는 특히나 더 달랐다. 업무의 속도, 순간적인 판단과 추진 속도가 더뎠다.
분명 새로운 업무 형태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낯설어서 일 수 도 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서 함께한다는 것이 익숙해진 나에겐, 아직은 재택 근무라는 업무 형태가 마냥 '너무 좋아!'는 아닌 것 같다.



재택 근무 3개월 째. 

일과 삶의 워라밸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해가고 있는 요즘.

분명 이 시기가 지나도, 재택 근무라는 업무 방식은 앞으로 우리에게 당연하게 정착해야할 업무 환경의 모습일 것 이다. 누군가는 비대면의 환경 속에서,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이끌며 더 높은 생산력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다. 환경에 적응해 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내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

어렵지만 흥미로운 요즘. 새로운 삶의 모습에 대한 짧은 후기를 남겨본다.








5월의 작작은 '작업'의 주제와 함께했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