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조울병을 겪으면 뭐가 제일 힘드냐고 종종 묻습니다. 조울병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양한데요, 저는 조보다는 깊은 울이 잦은 2형 조울병이고, 가장 힘든 증상은 매일같이 찾아오는 신경통입니다.
저는 매일 저녁 자기 전 약을 먹는데요, 잠이 들기 전까지 약 1시간가량 신경통이 찾아옵니다. 어떤 날은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끙끙거리다 보면 잠이 들기도 합니다. 그게 다라면 참 좋겠지만, 신경통은 아침에 일어나서 주로 오후 2-3시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울기일 때 신경통은 보통 더 심하고요,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PMS 기간일 때 더 심해집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낫지 않을 때가 많아서 되도록이면 오전에는 일정을 잡지 않는 편인데, 전에는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무리해서 일정을 잡았다가 약속을 결국 취소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요즘에는 아예 오전에는 일정을 잡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잦은 고통이 계속되면 처음에는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저를 덮쳐옵니다. 아픈 걸 견디고 어떻게든 해야 할 일을 해내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적기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병을 앓는 초반에는 이런 제 자신이 너무나 혐오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주변에도 민폐라고 느껴졌고 자꾸만 죽음으로 도망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 후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자학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학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삶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게 됐습니다.
우선 저는 저의 가치를 알고 싶었습니다. 적게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았습니다.
적다 보니 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기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조금씩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또 꾸준히 그리고 있는 것도 제 이야기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글에 위로를 받았다고, 용기를 얻었다고 댓글을 올려주실 때면 한없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아픔을 겪어내면서 배운 것은 삶은 노력하고 최선을 다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지만, 겪고 있는 고통만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누리고 있는 것을 바라볼 것인가는 온전히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6년 동안 이 병과 싸우면서 깊고 깊은 울에 수없이 곤두박질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불평보다 감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훈련한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사함으로 버티다 보면 더 감사할 일들로 가득한 날들이 올 거라고요.
- 21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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