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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Dec 18. 2020

악덕아빠는 오늘도 고민중 #4

돈 내기로 아이들의 코 묻은 돈 빼앗기

악덕아빠 입니다.

오늘은 요즘 제가 쏠쏠하게 돈 벌고 있는 얘기를 할까 합니다.

ㅋㅋ 제대로 악덕아빠의 등장을 기대해 주세요. ^^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애들을 위해 미니 당구대를 하나 샀습니다.

이게 탁구대도 되고 하키, 컬링 뭐 이런 것도 됩니다.
좀 어설프긴 한데... 그래도 쓸만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악덕아빠가 손수 고민해서 사준건..... 아닙니다.

둘째인 아들이 2주간 조르더군요.


아마도 1박 2일에서 복불복 게임 같은 거 할 때 나왔던 듯싶어요.

아이들이 뭔가를 사달라고 조를 때...(물론 상황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바로 승낙을 해주지 않아요.


요구한 물건이 필요한 것인지.

가격은 적당한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왜 이 물건을 엄마 아빠가 사줘야 하는지 설득해 보라고 합니다.

(짜증 나죠. 제가 아들 입장이라면 좀 그럴 거 같긴 해요^^;)


아들이 악덕아빠를 설득한 요지는 크게 4가지.

"너무 갖고 싶다"

"가족이 모두 할 수 있는 물건이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는데 놀 물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

"게임기(닌텐도 스위치)하는 것보다 낫다"


너무 갖고 싶다는 말엔 갖고 싶다고 다 사면 돈도 없어지고 집이 온갖 물건으로 꽉 찰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나머지는 나름 인정할 만했습니다.


그래서 샀습니다.
나름 재밌습니다. 포켓볼 치는 맛도 나고.. 하키(?)는 흥미진진합니다.

사실 애들 재우고 와이프랑 둘이 포켓볼 치는 맛도 괜찮네요 ^^;

게임을 하면 내기를 안 할 수 없잖아요.

처음엔 재미 삼아 1천 원 내기를 했죠.

좋다고 딸도 아들도 응하더군요.


승부야 뭐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대부분 악덕아빠의 승리입니다. 물론 종종 실수로 지기도 하죠.


돈 나가는 걸 너무 싫어하는 딸내미는 돈 내기가 지속되니 당구 자체를 안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들은 좀 다릅니다.

승부를 걸어옵니다.


걸려들었다 싶어 악덕아빠는 판돈 높이기를 시도했습니다.

1천 원을 2천 원으로

한 두 번 아들이 따자 이때다 싶어서 판돈을 올리자고 제안했죠.

역시 덥썩 뭅니다.ㅋ

결국 판돈이 1만 원이 됐습니다.

저희 집은 아이들에게 한 달에 1만 원의 용돈을 줍니다. 적고 많음을 떠나서 자기돈이라는 인식과 돈 관리에 대한 고민을 하라고 주는 겁니다.

물론 용돈 기입장도 적습니다. (이 얘긴 나중에 해봐요)


돈 내기의 승부는 뭐 당연하지만 악덕아빠의 승.

절 아는 분들은 비웃을 겁니다.(전 무적 30 이거든요)


악덕아빠는 아이들과 돈 내기로 해서 딴 돈은 절대 돌려주지 않아요.

승부는 승부고, 또 잃어야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후회도 하니까요.


최종적으로 아들은 저와 10판 정도 게임을 해서 이날 2만 원 정도를 잃었습니다.
한 달 용돈에 그간 모아둔 지갑에 있는 돈을 다 털린 거죠 ^^;


"아들 돈 잃었는데 괜찮아?"
"어, 괜찮아. 재밌었으니까 됐어"


씩씩하게 답은 하는데...
표정으로 봐서는 아닙니다.


그날 저는 딴 돈으로 치킨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아들이 다시 당구를 치자고 하더군요.

돈 내기할 거냐고 물으니 돈이 1천 원 밖에 없답니다.

ㅋㅋ 저거 마저 따와야지 라는 마음으로

아들 그거라도 걸고 치자 하니

싫다고 합니다. 이제 좀 돈이 아쉬운가 봅니다.


그날도 제가 이겼습니다. ^^;

(근데 이놈이 그간 실력이 꽤 늘어서 이제 제법 칩니다)



게임을 마치고 잠시 불러 앉혀 놓고 얘길 나눴죠.
본격적으로 악덕아빠의 의도를 드러내는 시간입니다.  


게임이든 뭐든 니가 돈을 걸거나 또는 니가 가진 돈으로 뭔가를 할 때 고려할 것들이 있다고 말이죠.

(투자도 마찮가지인데 아직은 투자라는 개념을 잘 모르니...)


일단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가?
이건 니가 가진 전체 돈이 얼마인데 내야 할 돈이나 돈 내기로 걸어야 할 돈이 얼마인지를 비교해서 생각해야 한다구요.


두 번째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를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내기라면 이길 가능성이 높냐 낮냐를 판단해야하고 물건을 살 거면 사서 얼마나 만족하냐를 판단의 근거로 삼으라고요.


그리고 확률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줬어요.(알아들었는지는 저도 의문입니다만...)

사실 진짜 해주고 싶었던 건 이번에 두루뭉수리하게라도 확률의 개념을 익히길 바랐습니다.


당구 처음 쳤을 때 아들이 아빠를 한두 번 이겼잖아.

그것만으로 아들이 아빠보다 당구를 더 잘 친다고 할 수 있을까?


동전을 한두 번 던지면 앞만 다 나올 수도 있고, 뒤만 계속 나올 수도 있지.


그럼 동전을 던져서 앞이 나올 확률은 100%다 혹은 뒤가 나올 확률은 100%다 이렇게 얘기해도 될까?

동전을 던져 앞뒤가 나올 확률은 반반 즉 1/2이라고 하는 것은 수 없이 던졌을 경우를 말하는 거야.

앞만 나오다가도 언젠간 뒤가 나오고 뒤만 나오다가도 앞이 또 나와서 결국 1/2 확률이 되거든.


성공 가능성을 따질 때는

아들이 아빠를 이길 확률을 생각해야 하는데,

한 두 번만 가지고 그걸 성공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돈을 많이 걸면 안 되는 거야.

아빠는 당구를 아들보다 많이 쳐봤잖아. 아들보다 아무래도 더 잘 치겠지?


치면 칠수록 당연히 아빠가 이기는 횟수가 늘게 돼 있어. 다시 말해 아빠가 아들을 이길 확률이 높다는 거지.  


이런 경우에 내기를 하면 이길 확률이 낮은 아들이 혹시 이기는 경우가 생기면 반드시 이긴 돈을 챙겨야 해. 그리고 앞에서 얘기했던 니가 감당할 수 있는 돈만 걸어야 하고.
돈을 잃었다는 것은 그 돈으로 니가 살 수 있는 것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기회를 잃었다는 얘기하고 똑같은 거야.   


너무 어렵게 설명했나요?
이번 주말에 한 번 더 돈 내기하자고 해봐야겠습니다.
12월 용돈을 아직 안 줬거든요. 용돈 주고 바로 돈 내기하자고 해봐야죠. ^^

오늘은 여기 까집니다.
경제뉴스 큐레이터 김큐이자 악덕아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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