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큐 Feb 05. 2021

악덕아빠는 오늘도 고민중 #8

글 쓰는 아이

악덕 아빠 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집콕이 길어지니 아이들도 부모도 다들 힘들어하네요.


그래도 힘내자구요.

저는 며칠 전 퇴근 후 집에서

애들은 놀고 그 옆에 와이프(임신 7개월)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러 고민들은 제쳐두고
그냥 그 모습 자체가 어릴 적 꿈꿔왔던 행복한 가정의 모습 아닌가 싶어 잠시 행복감에 쌓였답니다. 코로나가 뜻하지 않게 준 선물(?)이었네요.



ㅋㅋ 물론 얼마 안돼 애들에게 소리 지르는 악덕아빠의 모습이 나왔지만요 ^^;




오늘은 아이들의 글쓰기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지난달 퇴근하고 집에 가니 딸내미가 시를 써서 이래저래 꾸며 논 종이를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놨더군요.

아빠가 집에 오면 보라는 거죠.

자작 시입니다.

'하늘과 햇빛 그리고 구름'이라는 작품이더군요.

아마 수업이었던 듯싶어요. 줌으로 하는 학교 수업 중에 시 짓는 게 있었던 듯합니다.
제법 잘 썼더라구요. 칭찬을 많이 해줬습니다.

김예주 자작시

딸내미는 현재 소설도 집필 중이 이십니다. ^^

미스터리 소설인 거 같은데 공개를 안 해 줍니다.


친구랑 공동작품이고 본인은 주요 스토리와 글을, 친구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잡아 준다고 하네요.
딸내미 몇 살이냐고요? 올해 초딩 5년이 됩니다.


내용은 보지 못해 잘 쓴 건지.
진짜 소설답게 쓰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책을 제법 많이 읽은 터라 흉내는 내겠지 싶네요.


제발 제대로 된 작품이 나와서 꼬마 작가님으로 등단하시면 좋겠습니다. 

딸 덕에 아빠 호강 좀 하게 말이죠.


요즘은 뭔가를 창작해 내는 사람들의 가치가 높은 사회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응원하고 

종종 난데없이 기승전결 이란든지.. 소설에는 항상 갈등이 있어야 한다던지.. 이런 말을 해줍니다.

알아들었나 몰라요? ㅋㅋ


A4 기준으로 40장 넘는 분량을 지금 썼다는데...
도둑질이라도 해서 읽어 봐야 할까 봅니다. (궁금해 죽겠습니다.)


아들 얘기로 넘어갈게요.
아들놈은 누나 따라쟁이죠.

누나가 뭘 하면 따라 합니다.


그런데 소설은 엄두를 못 내네요. 

그래도 시는 종종 끄적입니다.
누나 못지않아요. 글씨는 엉망이지만요.
아들놈 작품도 몇 개 같이 올려 봅니다.
1~2년 전에 쓴 것들 입니다. (아들은 올해 초딩 4년이 됩니다.)

김예성 자작시 '초록빛 얼음낚시'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드러나서 저는 아이들이 지은 시가 좋습니다.


4~5년 전 시각장애우들을 위해 낭독 봉사를 다닌 적이 있어요. 책을 녹음해 주는 일이었죠. 시작 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배정받은 책이 동시집이었습니다.  


시를 그것도 동시를 성인이 돼서 읽는다는 게 참 낯설더군요.


날 울렸던 김용택 동시집

그런데 그 동시를 읽다 후반부에 눈물이 터져 제대로 녹음을 못 했답니다. 참 당황스럽더군요. 김용택 시인의  '콩 너는 죽었다'라는 동시집이었답니다.

아마도 그냥 머릿속으로 읽는 것과 녹음하기 위해 소리내 읽는 것의 차이도 있었던 것 같고...

내용의 순수함 그리고 꾸밈없는 싯구절이 저의 감정을 흔들었던 거 같아요.

저희 집 애들이 쓰는 어설픈 시 속에서도 종종 그런 걸 느낍니다. 특히 저는 아들이 쓴 '충전'이라는 시가 너무 좋습니다.

제가 집에 오면 종종 아이들에게 충전이라고 외치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달려와서 저를 안아줍니다. . ^^


충전


자동차 충전을 하면

자동차는 고속도로로 나간다


우리는 아빠한테 달리면

충전이 시작된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글을 쓰는 습관이 길러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잘쓰는 것도 아니구요.


결국 많이 써봐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고

주고받는 상호작용도 중요하다 생각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출장을 가거나 혹은 기념일 뭐 꼭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종종  쪽지나 편지를 써서 줬습니다.


항상 종이에 연필이든 볼펜이든 손글씨로 써서 줬죠.
지난해부턴 아이들에게 컴퓨터가 생기며 이메일을 이용합니다만...


언제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글을 쓰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전 좋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오늘은 애들 자랑이 된 거 같기도 하네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오늘은 팔불출 악덕아빠 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슬기로운 펀드생활 용어편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