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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ul 14. 2021

공매도 이해하기

싫지만 없어도 문제

21년 1월 29일 작성된 글입니다. 작성 시점을 참고해서 읽어주세요.

동학 개미는 이제 우리들에게 익숙한 용어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론 마음에 드는 용어는 아니지만 이미 통용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죠. 미국에서는 우리가 개인투자자들을 동학 개미라고 부르듯 로빈 후드라는 용어를 씁니다. 로빈 후드는 이용자가 1300만 명이 넘는 미국의 대표적인 개인 주식투자 어플이거든요. 동학 개미와 로빈 후드를 글머리에 언급한 이유는 공매도 얘기를 좀 해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정말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로빈 후드들의 '공매도 혼내주기'입니다. 그럼 시쳇말로 미친 종목(1월 들어 2000% 가까이 주가가 오른) 게임스탑(GME)부터 만나러 가 보겠습니다.


미친 주식 게임스탑

게임스탑(GME)은 NYSE(뉴욕거래소)에 상장된 게임팩, CD 유통 회삽니다. 딱 들어도 올드하죠. 지금 누가 오프라인 매장 가서 게임팩이나 CD를 사겠습니까? 더구나 코로나19로 다들 집콕 이잖아요. 지난해 300개에 달하는 매장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가는 최악일 때 5달러까지 내려갔다 올 1월 초엔 10달러 후반에서 움직였어요. 


그런데 반전이 시작됩니다. 백신이 접종이 시작되고 라이언 코언(Ryan Cohen)이라는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가 이 회사의 이사회 합류한다는 소식에 주가 반등이 나온 거죠. 사실 라이언 코언은 지난해 8월부터 이 회사의 지분을 매입했습니다. 그리고 공공연하게 아마존과 경쟁하는 온라인 게임 유통사로 키울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죠.


아, 라이언 코언이요?  2011년 츄이를 설립해 2017년 펫스마트(PetSmart)에 33억 5천만 달러(당시 전자 상거래 기업 중 가장 비싼 가격)에 매각한 인물입니다. 이후 애플에 대규모 투자(개인투자자로는 최대 지분 보유)를 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죠. 


어쨌든 게임스탑 주가가 40달러 선에 오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나섭니다.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과도하게 올랐다는 거죠. 보통은 여기서 게임이 끝납니다. 쏟아져 나오는 매물을 시장이 받아내지 못해 주가는 급락하고 급락에 동요된 매도가 또 나오는 그런 모양으로 말입니다.


미국의 로빈 후드, 공매도 헤지펀드와 세대결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180도 달랐습니다. 미국의 로빈후드들 그러니까 개인투자자들이 래딧(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매도 세력들을 혼내 주자는 얘기를 나누며 세력화한 겁니다. 실제 헤지펀드들이 내놓은 공매도 매물을 다 받아내고도 개인들의 매수가 멈추지 않으면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347달러(27일 종가 기준)까지 올랐으니 1월 초 대비 2000%에 가까운 상승률입니다. 


공매도는 주식 하락에 베팅한 투자법이기 때문에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상승해 버리면 공매도를 한 세력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현재 10달러 하는 주식이 5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한주 빌려 팔았는데, 주가가 올라서 15달러가 되면 내 돈 5달러를 더 주고 사서 갚아야 하니 그만큼 손실이죠.


더구나 공매도 후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사는 행위를 숏커버링이라고 하는데요. 주가가 하락할 때 숏커버링이 나오면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지만 상승기에 숏커버링이 나오면 추가를 상승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공매도를 한 기관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손해인데 자기가 사면서 주가를 올리며 자신의 손실을 키우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죠. 실제 멜빈 캐피털, 시타델 같은 헤지펀드들의 손실이 50억 달러에 달한다는 뉴스가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거 우리 돈으로 5조 5천억 정도 됩니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공매도 세력들의 완패죠.


공매도의 존재 이유 그리고 한국의 동학 개미들은?

시원하긴 합니다. 그간 공매도에 개미투자자들이 워낙 많이 당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으니까요. 왠지 당하기만 하던 약자들이 못된 강자를 물리친 그런 느낌이 들긴 하죠.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있어요. 게임스탑의 지금 주가는 적정한가입니다. 미래의 가능성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과도하다고 느낄 겁니다. 그래서 '미친'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인 거잖아요. 뭔가에 홀려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앞으로만 달려갈 때 누군가가 뒤통수를 한때 빡! 때려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 그게 사실 공매도의 순기능이거든요. 좀 어렵게 말해 주식시장의 가격 효율성을 높인다 이렇게 말합니다. 어쩌면 게임스탑에 지금 제일 필요한 게 공매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1.7.24 기준 게임스탑 주가


우리 시장에선 현재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돼 있어요.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급락장세가 연출되자 한시적으로 막아놨던 게 지난 9월 한차례 연장되어, 다음 달(3월) 15일 재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폐지나 연장 주장이 강하고 개인 참여가 사실상 힘들다는 제도 개선 문제도 남아있죠. 당국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또 만약 재개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공매도 세력 혼내주기' 같은 행동들이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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