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큐 Aug 03. 2021

제약/바이오 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불가리스 논란으로 배우는 신약개발 과정

다시 남양유업이 이슈네요.
불가리스 논란으로 남양유업이 한창 욕을 먹던 4월 중순쯤에 쓴 글입니다.
비단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많은 바이오테크 회사들 심지어 대형 제약사들도 종종 투자자들이 오해할 만한 자료들을 시장에 내놓죠. 해석은 투자자들 몫이라는 거지만 워낙 전문 분야고 99명에게 효과가 있어도 1명의 심각한 부작용 자가 나오면 말짱 도루묵인 게 신약개발이라 참 어려운 분야입니다.

지난 4월 16일에 탱고픽 위클리리포트에 기고된 글이고요. 기본적인 신약개발 과정에 대한 이해를 기 위해 작성했습니다. 몇 달 뒤 홍원식 회장(남양유업 대주주)이 여론에 밀려 지분 매각을 발표한 걸로 관련글을 하나 더 썼는데, 이어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음 글로 바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남양유업이 또 한 건 했습니다. 불가리스 논란을 일으켰네요. 자사의 유산균 음료가 마치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있는 것처럼 알렸으니까요. 네거티브 마케팅을 노린 거 라면 100% 성공했습니다. 불가리스라는 제품명은 확실히 알렸습니다. 다만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습니다. 불가리스라는 브랜드는 알려졌을지 모르지만 기업의 평판은 제대로 깎아 먹었습니다.  불가리스 같은 브랜드는 문제가 생기면 없애버리거나 바꾸면 그만이지만 사람이나 기업에 대한 평판은 한번 깎이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걸 매번 잊어버리는 걸까요? 한때 '남양스럽다'라는 말이 유행이었는데요.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문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고 최근엔 경쟁사를 의도적으로 비방했다는 이슈가 나와 시끄러웠죠. 투자자 특히 주주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나올 때마다 참 난감합니다. 더구나 소비자를 바로 상대하는 B2C 기업인 남양유업 같은 회사들의 이런 행위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주가에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요즘 금융시장에선 ESG라 불리는 착한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분위기가 한창인데 말이죠. (*ESG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 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


불가리스 논란을 좀 뜯어보자

남양유업이 한국의과학연구원의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것과 같은 연구는 식품회사나 제약 바이오 회사들에서는 매우 흔합니다. 어찌 보면 신약개발이나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개발의 아주 초기 단계에 행해지는 연구들이죠. 약효가 있을 것 같은 성분을 동물 세포 단위에서 테스트를 해보는 겁니다. 이런 실험 결과가 정말 의미 있다는 판단이 서면 실제 동물실험에 들어가고 여기서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실험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설명드리면 간단한 절차 몇 개를 거치는 것 같으시겠지만 사실 세포단위 실험만으로도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흔하고 동물실험에서 실패해 임상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업들은 이런 기초적인 연구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어? 난 가끔 뉴스에 어디 교수가 김치나 양파나 이런 것들이 항암효과가 있다 뭐 이런 연구결과 발표했다 이런 거 봤는데?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종종 이런 뉴스들이 전해집니다. 그럼 뭐가 다를까요? 바로 논문입니다. 논문으로 냈다고 다 다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논문이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됐을 경우 뉴스가 됩니다. 논문이라는 형식에 대한 신뢰에 저명한 학술지의 권위가 해당 연구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니까요. 결국 이번 불가리스 사태의 문제는 회사가 이런 아주 기초적인 연구 결과를 무슨 큰 일인 양 언론에 흘렸다는 거고요. 언론은 검증과 가치판단 이른바 게이트키핑 역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자료를 받아썼다는 거죠.


불가리스 같은 이슈에 속지 않으려면?

사실 투자자들을 호도하는 이런 뉴스나 발표들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투자 대가라 불리는 분들은 매일매일 나오는 뉴스가 도리어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잡음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특히 제약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뉴스는 전문가들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많아 투자자들이 더 어려워하는 것 같은데요. 제 경험(제약 바이오 상장사 경력 2년^^)을 살려 신약개발 과정을 조금 쉽게 설명드릴까 합니다.


과학은 가설을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제약 바이오 쪽도 마찬가집니다. 화학적 합성물이든 천연물이든 어딘가 효능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랩(연구소) 단위에서의 다양한 실험으로 이런 가설에 대한 기초 검증을 거치는 거죠. 주로 세포실험이 이뤄지는데, 동물의 특정 세포를 떼내 효능을 검증하고자 하는 질병을 감염시키고 효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물질을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이른바 전임상이라고 하는 동물실험에 들어갑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전임상부터는 투자자나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심권에 들어갑니다. 보통 쥐나 돼지 또는 토끼 등으로 실험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투여 방법이 고민거리가 됩니다. 세포단위 실험에서는 세포에 바로 주입이 가능했지만 살아있는 동물에게는 주사로 할 것인지 먹여서 보낼 것인지 등이 큰 이슈이죠. 주사도 혈액에 넣어서 보내는지 아니면 질병 부위에 직접 넣을 수 있는지 등이 다 이슈가 됩니다. (이런 걸 도와주는 방법을 연구해 돈을 버는 바이오 테크 회사들도 많습니다.)


사실 이번 남양유업의 발표가 더 어이없는 것은 유산균 음료는 마셔서 결국 장을 통해 흡수되고 이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아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검증이 전혀 없는 연구입니다. 뭐랄까요 125층에서 불이 난 걸 잡으려면 어떡하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불난 곳에 물을 부으면 꺼지는 걸 알아냈다. 우리는 125층 불을 끌 수 있다고 발표한 거나 마찬가집니다.  


어쨌든 이런 것까지 다 고려해 전임상이라 불리는 동물실험을 거칩니다. 전임상이 성공적이라면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신청하게 되죠.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미국은 FDA에 신청하게 되며 이를 IND(임상시험 신청)라고 부릅니다. IND 신청도 주식시장에서는 이슈가 되고 통과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오르곤 합니다. 다만 임상시험은 크게 3단계로 나눠지는데, 순차적으로 1상, 2상, 3상으로 부릅니다. 임상 1상은 안정성을 실험합니다.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여해 이상이 없는지를 보는 겁죠.  인원도 100명 이하입니다.  임상 2상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여기선 효능 검증이 목표입니다. 전임상(동물실험)에서 입증된 효능이 사람에게도 나타나는지를 봅니다. 인원은 100명~200명 정도를 합니다. 임상 3상은 대규모 인원에게도 이 효능이 나타나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임상 인원이 500명 이상이 됩니다.


신약개발은 시간과 돈의 싸움

신약개발의 각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생존하는 기업은 10% 정도입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죠. 그래서 단계가 올라갈수록 후보물질의 값어치는 높아지죠. 다만 보통 바이오 테크 회사들은 전임상에서 임상단계로 진입할 때 혹은 임상 1상에서 2상으로 넘어갈 때 기술을 이전하는 라이선스 아웃(LO)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 2 상부터는 정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 기업이 입어야 할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수많은 물질을 검증하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어느 정도 검증된 후보물질을 자금력으로 사들여 대규모 임상을 거친 후 출시하는 게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죠.  


바이오 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기술이전 과정에서 가장 많이 오릅니다. 다만 종종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몇 천억 혹은 몇 조원의 라이선스 아웃을 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곤 하는데요. 이때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라이선스 아웃이 일어날 때 실제 기업으로 들어오는 돈을 보셔야 합니다. 라이선스 아웃 계약에는 계약금과 마일스톤 그리고 로열티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마일스톤은 이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가 성공적으로 올라갈 때 주는 금액이고 로열티는 신약으로 판매될 때 조금씩 받아 갈 수 있는 돈이죠. 다시 말해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돈이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라이선스 아웃이 일어날 때 진짜 받을 수 있는 돈은 계약금입니다. 뒤에 일어날 것을 미리 계산해 엄청난 블록버스터급 계약이라고 나왔다가 1년 정도 흐른 뒤 임상 실패 등으로 받은 계약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뉴스도 종종 들려오니 말이죠. 아무튼 신약개발과정은 시간과 돈의 싸움입니다.

책 하나 소개할까요? (내 돈 내산입니다)


개정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와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어떤 신약을 어떤 기술로 만들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는 책입니다.

위클리 리포트 4월 3주차(https://bit.ly/3alPmOZ)

매거진의 이전글 공매도 이해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