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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Aug 03. 2021

남양유업을 산 PE는 어떻게 돈을 벌까?

PE, PEF, 사모펀드 구별하기

이 전 글에 이은 남양유업 관련 두 번째 글입니다. 
이 글을 작성할 땐 한앤컴퍼니라는 PE가 남양유업을 인수키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었거든요. 참 재밌죠? 이 때는 시장에선 한앤컴퍼니하고 남양유업 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 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거든요. 이른바 지분 파킹 가능성 말입니다. 회사를 팔기는 싫은데 워낙 여론이 안 좋으니 일단 파는 것처럼 하고 나중에 다시 되 사 오는 겁니다. 잠깐 맡겨둔다는 의미에서 파킹이라는 용어를 쓰죠. 홍원식 회장이 워낙 전격적으로 지분 매각을 발표한 터라 이런 의혹이 시장엔 있었습니다. 그때 양쪽 모두 풋백옵션 같은 이면계약은 없다고 강하게 말했었습니다. 진짜 이면계약은 없었던 듯합니다. 

네이버 최근 남양유업 기사 갈무리

요즘 홍 회장 측의 행보를 보면 말이죠. 아파트 가격 갑자기 오르자 팔겠다고 했다가 맘 바꾼 집주인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데, 조금 더 지켜봐야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아래 기술된 PE들의 관점에서 보면 골치 아픈 상황입니다. 딜(deal)을 종결시키려 했는데 종결도 안되고 계약금 돌려주고 계약 파기는 안 되는 계약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사적 계약에서 그런 게 있을 수 있는지도 궁급합니다. 깨면 깨는 거죠. 다만 위약금 같은 걸 엄청 세게 만들어 놓으면 홍 회장 쪽에 피해가 좀 있을 수 있지만 안 파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하면 깨고 소송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뇌피셜입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오늘 글은 탱고픽 위클리리포트 6월 4일 자에 기고된 글입니다. 시점 등을 참고해서 읽어주세요. 


한앤컴퍼니라는 사모펀드 투자회사가 남양유업을 인수키로 했습니다. 아니, 불가리스 사태로 위기에 처한 남양유업을 홍원식 회장 일가가 사모펀드 회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더 좋을 거 같네요. 같은 사실이지만 주어를 뭐로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지니까요. 그간의 상황을 잘 반영하려면 저는 뒤에 문장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한앤컴퍼니가 인수키로 한 남양유업 주식은 37만 8,938주로 전체 주식의 53%가량입니다. 대주주 일가 지분 중 극히 일부만을 제외하곤 다 가져오는 것이고, 또 과반을 넘는 지분을 인수하는 거니 경영권도 가져오는 겁니다. 알려진 인수 가격은 3,107억 원으로 1주당 81만 9900원입니다. 불가리스 사태로 시끄러웠던 상황에 남양유업 주가가 주당 40~50만 원 정도였고, 한앤컴퍼니의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주당 60~70만 원대를 오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친구들이 좀 비싸게 산 거 아니냐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한때 남양유업이 주가가 110만 원을 넘었던 적도 있었으니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순 있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사모펀드 혹은 PE 때론 PEF라고 불리는 친구들이 기업을 인수하고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사모펀드, PE, PEF는 무슨 차이?

이걸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를 영어로 풀어놓으면 PEF이니 같은 말입니다. 사모펀드는 50인 미만의 사람들이 소규모(인원만 소규모고 금액은 크죠)로 모여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 두 용어가 조금 다른 뉘앙스로 쓰입니다. 사모펀드는 조금 넓은 의미로 전반적인 사모펀드를 이를 때 사용하고 PEF는 경영참여 목적을 가진 사모펀드로 한정해 사용하곤 합니다. 근데 이건 꼭 이렇게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어서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럼 PE는 뭘까요? PE는 보통 이런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사모펀드 운용회사를 지칭합니다. 자 그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남양유업 대주주 지분을 인수키로 한 한앤컴퍼니는 PE인 겁니다. PE인 한앤컴퍼니가 자기 돈과 다른 투자자들의 돈 그리고 대출 등을 섞어 설정한 사모펀드를 통해 남양유업 지분을 사들이는 거죠. 그럼 이들은 경영권을 가져오는 투자를 진행하니 이 펀드는 PEF가 되는 거죠


PEF의 주특기... 단물 빼먹고 비싸게 만들기

PE에 계신 분들이 이 소리 들으면 알만한 사람이 왜 그래?라고 화내시겠네요. 국내 투자자들에겐 사모펀드의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 않죠. 사모펀드에는 항상 먹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외환위기 시절 국내 알짜 기업들이 헐값에 외국계 사모펀드들에 많이 넘어갔잖아요. 당시 이들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회사를 인수하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비용, 특히 인건비를 줄이고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과 계열사 등 알짜 자산은 매각해 현금화한 후 배당으로 빼갔습니다. 그리곤 경가가 회복되니 회사를 비싸게 팔아서 매각 차익까지 챙기고 떠났죠. 회사가 좋아졌느냐랑 회사가 비싸졌느냐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회사가 비싸졌느냐가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한앤컴퍼니로 남양유업이 매각된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직원들의 고용 승계가 이슈로 떠오른 겁니다.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거니 인수 후에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이른바 구조조정이 시작될 거라는 예상들을 하는 거죠. 일단 한앤컴퍼니는 고용 승계를 할 거라고는 밝혔습니다.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돈 버는 방법 '아비트리지'

용어가 좀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근데 별거 아닙니다. 아비트리지(Arbitrage)동일한 상품이 지역이나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때 이를 활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말합니다. 최근 코인 투자 많이들 하시니 김치 프리미엄 이란 용어 들어보셨죠. 코인 거래가 많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같은 코인이지만 가격이 좀 비싼 걸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했잖아요. 이 프리미엄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면 당신은 아비트리지 전략을 구사한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모펀드 투자 전략이 이 가격 아비트리지 입니다. 한마디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거죠. 다만 요즘은 좀 구식 전략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너무 단순하다는 거죠. 


두 번째가 재무적 아비트리지 전략입니다. 좋은 조건의 대출을 이용해서 회사를 인수하고 높은 배당으로 원금도 회수하고 수익도 올리는 방식입니다.  개인들도 보통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이런 재무적 아비트리지 전략을 많이 시행합니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투자를 할 때 임대 수익과 금융권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을 비교해서 하게 되죠. 이게 바로 재무적 아비트리지 전략입니다.  


세 번째는 경영 아비트리지 전략인데요. 인수한 기업에 실제 경영에 참여해서 회사 가치를 높여서 향후 비싼 가격에 매각해 수익을 남기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전교 10등 안에 드는 실력을 가졌다면 공부 잘하는 건 검증됐다고 보고 9등이나 10등 학생을 데리고 와서 잘 가르쳐 1등 만드는 거죠. 이건 가르치는 것도 잘해야 하고 학생의 잠재력을 알아내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남양유업 배당이 늘 가능성이 높아요

PE들이 앞서 언급한 전략을 하나만 사용하진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섞기도 하고 때론 PE들 성격에 따라 한두 개를 전문적으로 구사하기도 합니다. 한앤컴퍼니도 이번 인수 그림을 짜면서 이런 다양한 전략을 고민했을 겁니다. 불가리스 이슈로 일시적으로 남양유업 가치가 떨어져 있다. 요즘 유동성이 풍부하니 자금 조달 비용이 낮다. 남양유업 현금흐름이 나쁘지 않다. 국내외에서 남양유업이 전교 10등 안에 드는 잠재력 있는 아이이다. 이런 거죠. 그럼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로 인수된 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일단 부정적 이미지를 벗으려 노력할 테니 경영 투명성 조치가 나올 겁니다. 장기적으론 자신들이 매입한 가격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려고 노력할 테니 주가 상승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건 남양유업이 진짜 잠재력이 있는 회사인가 또 한앤컴퍼니 다시 말해 PE가 이걸 끌어올릴 능력이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다만 배당이 높아지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사모펀드도 자신들의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배당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거든요.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측의 마음이 바뀐 건지는 아직 확실친 않지만 시장은 변수가 생긴 걸 바로 가격적으로 반영하고 있네요. PE로의 매각 결정 이후 오르던 주가가 딜이 깨질지 모르겠다는 소식에 연일 약세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딜이 깨지면 PE가 인수한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던 긍정적 요소들도 모두 사라지는 거죠 ㅠㅠ


6월 1주 차 탱고픽 위클리리포트(https://bit.ly/2T2JZ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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