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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Aug 06. 2021

IPO 제대로 이해하기

So hot! 공모주 시장

오늘 카카오뱅크가 시장에 데뷔를 했네요. 

생각보다 강합니다. 워낙 공모가가 비싸네 어쩌네 말들이 많았던 터라 다들 오늘 시장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가 관심이었죠. 더구나 모 증권사에선 상장 전에 매도 의견 보고서까지 내놨으니 말이죠. 기자 생활을 시작했던 때부터 한 20년 동안 상장기업의 공모가가 비싸다고 매도 의견을 내는 건 저도 처음 봤습니다. 아무튼 시장과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확인한 계기입니다. 과거의 잣대를 가지고 그대로 들이대면 해석이 안 되는 것들이 요즘 참 많습니다.



오늘은 지난 4월 30일에 탱고픽 위클리리포트에 기고한 글을 가져왔습니다. 
IPO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일전에도 한번 대략적인 설명을 쿠팡 사례를 들어했었는데요. 
이 글은 공모주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 글입니다. 

상장 당일 카카오뱅크 장중 주가 상황

한번 읽어보시고요. 어차피 공모주 얘기를 했으니 다음 글도 바로 공모 가격 산정을 좀 쉽게 설명한 글을 바로 올려드릴까 합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글 작성 시점을 고려해서 읽어주세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IPO에 대해서 조금 다뤘었죠. (https://bit.ly/3tta46S) 몇몇 용어 설명도 드렸고요. 이번에도 IPO 얘기를 좀 더 해야겠습니다. 국내 IPO 시장이 역대급, 아니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습니다. 배터리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의 IPO 청약 증거금이 81조 원이나 들어왔습니다. 뭔 소리냐고요? 이 회사가 상장하기 위해서 신주를 발행해서 파는데, 이걸 받고 하겠다고 신청한 사람들이 낸 증거금이 81조 원이나 된다는 얘깁니다. 대체 얼마어치 주식을 팔길래 그랬을까요? 2조 2460억 원어치입니다. 81조 원 대 2.2조 원이라니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아시겠죠? 청약증거금 규모만 따지면 SKIET는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가 상장하며 세웠던 63.6조 원의 기록을 훌쩍 넘었습니다. SK바사 전에는 카카오게임즈가 58.5조 원으로 선두였습니다. 청약건수에서도 SKIET는 474만 건을 넘어 SK바사의 239만 건의 거의 2배나 많습니다. 좀 좋은 기업의 상장 때 주식을 받으면 이른바 따상(상장 첫 거래일에 공모가의 두배 상승 후 상한가)은 기본이고, 잘하면 추가 상승으로 단기간에 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에게 조금은 유리하게 바뀐 제도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중복청약 폐지 막차 타자

과거 IPO 공모주 청약 제도는 증거금 규모에 따라 경쟁률을 감안해 배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개편된 제도에서는 일반 공모에 배정된 물량의 절반은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절반은 증거금과 상관없이 청약자들에게 균등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시스템 개발 등의 문제로 올 상반기까지는 중복청약(다른 증권사에서 같은 이름으로 청약하는 것)이 허용됐는데, 대어급으로 꼽히는 회사들 중에는 SKIET가 마지막이라 예측에 이번 청약에 더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지난번 SK바사 때도 4~5개 주간사에 자신은 물론 자녀들 주식계좌를 모두 만들어 청약에 임하곤 10주를 넘게 배정받았다는 경험담들이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SKIET 공모주 청약 역시 한 주라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언론 지면에 기사로 실리는 등 비슷한 모양 샙니다. 다만 SK바사 때보다 경쟁이 더 치열한 상황이라 균등 배분 물량마저 추첨을 통해 배정될 것으로 보여, 한주도 못 받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PO 공모가는 어떻게 결정되나?

어차피 따상 갈 건데 공모가는 신경 안 쓴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공모가는 IPO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기업 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얼마나 싸게 혹은 비싸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주식의 오르내림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공모가 산정은 법이나 규정으로 정해진 건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비교평가 방법이란 걸 사용합니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시니 당근마켓에서 운동화를 하나 판다고 생각해 봅시다. 판매자는 물건을 올리기 전 매물 검색을 통해 자신이 팔려는 운동화 같거나 비슷한 물건들의 시세를 볼 겁니다. 그리고 그 시세와 비슷하거나 조금 싸게 내놓겠죠. 그래야 물건이 팔릴 테니까요. IPO를 통해 판매할 공모주들도 만찬 가집니다. 상장하려는 A사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B나 C회사의 가치를 비교해 판매할 가격을 정하는 거죠. 그게 바로 비교평가방법입니다. 다만 단순히 주당 가격을 비교하진 않습니다. 상장회사들은 발행 주식 수가 모두 달라서 단순히 1주의 가격을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거든요. 그래서 보통 비교 대상 상장사들의 PER(주당수익비율) 평균을 참고해 공모할 회사의 적정 주가를 찾아내는 거죠.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건데, 이를 반대로 하면 주가는 주당순이익에 PER을 곱한 것이란 얘기죠. 비상장 기업도 EPS는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 대상 기업들의 평균 PER에 해당 기업의 EPS를 곱하는 방식으로 적정 공모가를 구하는 겁니다. 다만 보통 공모주 매각 흥행을 고려해 이렇게 산출한 공모가를 10~30% 정도 할인해 최종 공모가 범위를 정합니다.


그럼 수요예측은 뭔가요?

수요예측은 기관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이 가격에 공모주를 팔면 몇 주나 살 건지 알아보는 과정입니다. 앞서 일반적으로 공모가격을 비교평가방법을 사용해 정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비교평가방법이란 비교 대상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공모가 올리고 내릴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전기차를 만드는 A라는 기업이 상장하는데 비교 대상을 테슬라로 잡는다면, 테슬라 PER이 900배가 넘으니 A사 공모가는 엄청 높게 정해질 겁니다. 시장에 이 가격으로 들어오면 거래가 될까요? 그래서 먼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테스트를 해보는 게 바로 수요예측입니다.  수요예측 때는 공모가를 확정하지 않고 밴드 그러니까 1만 5천 원~1만 8천 원 또는 11만 원~13만 원 이런 식의 범위로 제시하죠. 수요예측 경쟁률이 매우 높으면 공모가 밴드 상단으로 자신 있게 정해서 시장에 공모를 진행하고, 예상보다 경쟁률이 낮으면 공모가 밴드 하단으로 공모가를 결정하곤 하죠. 물론 이걸 정하는 건 전적으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와 주간사의 판단입니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LG에너지솔루션 등 줄줄이 이어져

하반기에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는 물론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공모주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SKIET가 상장 후 시가총액이 7~8조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는 20~30조 원, LG에너지솔루션은 80조 원이 넘는 만큼 말 그대로 대어급들입니다. 다만 이렇게 쏟아지는 상장 대어들에 대한 우려감도 있습니다. 이런 대어급 IPO 회사들이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기존 상장 기업들에겐 수급적으로 부담이 돼 주가 흐름이 부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승승장구할 것 같던 대어급 상장사가 무리한 공모가 산정으로 흥행에 참패라도 할 경우, 시장이 빠르게 식어버리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도 기업의 주인이 되는 주식투자인 만큼 단기적 수익만 보고 무작정 달려들기 보다는 공모가 산정부터 수요예측까지 과정도 꼼꼼히 살피고, 하반기엔 중복청약도 금지되는 만큼 보다 꼼꼼한 전략으로 투자에 임해보시길 바랍니다.


4월 5주 차 탱고픽 위클리리포트 (https://bit.ly/3aOpd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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