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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Aug 13. 2021

힘 빠진 넷플릭스

OTT 산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저 아래 구석에 처박혀 사람들과의 만남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네요. 코로나19와의 결별은 사실상 힘들 거 같고 독감 주사 맞듯 매년 코로나 백신 맞으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도 백신 예약에 성공해서 이달 말이면 1차 접종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나저나 휴가로 바다가 보이는 시골 산속에 있었지만 인터넷이 연결된 TV가 있으니 얼마든지 유튜브며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이제 OTT는 필수재가 된 듯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사실 두 달 전쯤 넷플릭스를 끊었습니다. 3년 정도 구독했던 거 같은데 여러 대안이 생겼고 콘텐츠들도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게 줄 었거든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그렇게 된 건지. 요즘 넷플릭스 주가도 힘을 잃어가고 있네요. 

아래 글은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 4월 4주 차에 기고한 글입니다. 당시 넷플릭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황이었거든요. 작성 시점을 고려해서 읽어주세요. 



넷플릭스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춤거리고 있네요.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가입자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게 이유입니다. 주식시장은 참 재밌죠.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서 예측한 것보다 수치가 낮으면 실망감이라며 주가가 빠지고 좋지 않은 실적을 내놓아도 시장의 예측이 그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면 다행이라며 주가가 오릅니다. 넷플리스도 절대 수치로는 지난 1분기 가입자 순증이 글로벌 기준으로 398만 명이나 됩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1600만 명 정도가 증가했었고 시장 예측이 600만 명 선이었다는 것 때문에 주가가 빠졌습니다. 사실 지난해는 좀 특수한 상황이었죠.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던 전 세계 사람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접했던 시기니까요. 다만 넷플릭스가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다음 분기에도 딱히 가입자 순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1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거든요.


치열한 OTT 시장... 떠오르는 디즈니

혹시 아시나요? 미국에 OTT 서비스는 300개가 넘습니다. 4~5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가 증가했습니다. 국내도 비슷합니다. 꽤 많은 OTT 서비스들 생겨났습니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서비스를 비롯해 웨이브, 왓챠, 티빙, 카카오TV, 네이버TV 심지어 유통업체인 쿠팡까지 쿠팡플레이라는 OTT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까요. 투자자 입장에선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주력사업 분야에 경쟁자가 자꾸 늘어난 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죠. 결국 파이(시장)를 나눠먹어야 할 테니까요. 더구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OTT 시장에선 디즈니플러스가 그런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디즈니는 2019년 말 디즈니플러스라는 OTT 서비스를 시작하고 불과 1년도 안되어 시장 점유율을 6%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디즈니는 이제 단순히 미키마우스 같은 캐릭터로 가족 영화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M&A를 통해 픽사스튜디오는 물론 어벤저스로 유명한 마블스튜디오, 스타워즈로 대표되는 루커스필름 등을 거느린 회삽니다. 더구나 넷플릭스는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이미 다 진출해 있지만 디즈니는 이제 미국과 몇몇 국가만 진출한 상황이니 넷플릭스가 긴장할 만하겠죠.


블룸버그 방송 캡처

글로벌 OTT 시장 점유율을 보면 넷플릭스가 50.2%로 압도적 1위이긴 합니다. 그 뒤를 12.2%인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와 6.1%인 훌루가 잇고 있죠. 디즈니플러스는 6%로 4위입니다. 그런데 훌루(HULU)의 대주주 디즈니입니다. 훌루는 넷플릭스의 급성장을 보고 디즈니가 컴캐스트, 타임워너 등과 공동투자로 만든 회삽니다. 그렇게 보면 디즈니는 이미 글로벌 OTT시장에서 2위권에 올라와 있습니다.


멀티가 일반화되는 OTT 시장과 넷플릭스의 전략 변화

주목할 만한 OTT 시장의 또 다른 변화는 소비자들이 OTT 서비스를 한 개로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앞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기는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는 문제를 일부 해결해 줍니다.  파이가 갑자기 두 개 또는 세 개로 늘어난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실제 미국의 OTT서비스 가입 현황을 보면 OTT 서비스를 2개 이상 이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60%에 달하고 4개 이상 이용하는 사람들도 30%를 넘습니다. 전년에 비해 3개 이상과 4개 이상 이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는 대목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죠.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전략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무료 이용을 무기로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전략에서 이제 콘텐츠를 강화하고 구독료를 올리는 방향으로 전략이 변화한 게 감지됩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올렸고 순차적으로 무료 1개월 이용 서비스도 중단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무료 이용이 중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확보된 시장에서 가입자 경쟁보다는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더불어 자신들의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이른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올해 넷플릭스는 1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거의 20조 원에 달하는 돈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합니다. 지난해엔 125억 달러를 썼습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고객 이탈을 막고 시장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인 거죠. 다만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은 경쟁 OTT 서비스 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가격이 아니면 결국 차별화된 콘텐츠가 OTT 서비스에선 가장 센 무기니까요. 어쩌면 이들의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가장 덕을 보는 회사들은 이런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가진 회사이거나 이런 콘텐츠를 많이 보유한 회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동제작을 하거나 그 회사를 사들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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