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모인 전구업체들의 담합
프랑스에서 제작한 대큐멘트리 제목이에요. 앞서 언급한 센티니얼 라이트를 소재로 하고 있죠. 계획적 구식화 또는 계획적 진부화라고도 부르는데요. 현대에 생산되는 제품들은 원래 더 긴 수명을 가지고 있지만 제조사가 더 많은 소비를 일으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수명을 줄인다는 말입니다. 최근 이슈로는 아이폰의 고의 성능저하 논란이 같은 게 바로 계획적 진부화의 대표적 사례일 겁니다.
계획적 진부화의 또 다른 대표 사례는 나일론이에요. 나일론은 1935년 하버드의 한 연구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는데요. 듀폰사가 이를 활용해 나일론 스타킹을 내놓거든요. 나일론 스티킹은 큰 인기를 끌어요. 진창에 빠진 자동차를 이 나일론 스타킹에 묶어 끌어내는 콘셉트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가늘지만 질긴 나일론의 특성을 부각시켰죠. 출시 첫날 78만 켤레, 첫해 6,400만 켤레가 판매됐다니 정말 빅히틉니다. 하지만 너무 질긴 나일론 스타킹은 한번 사면 재구매가 안 되는 제품이었어요. 이걸 깨달은 제조사는 결국 나일론을 너무 오래가지 않도록 더 약하게 만드는 '계획적 진부화'를 실행하죠.
산업혁명과 대량생산 그리고 계획적 진부화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인류는 어쩌면 조금은 부족한 삶을 살았죠. 인간의 노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물건에 한계가 있었으니까요. 물건의 종류도 그렇고 특히 인간의 노동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량의 한계는 더 뚜렷했으니까요. 하지만 산업혁명이 이런 것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죠. 에너지 지원만 있다면 지치지 않는 증기기관이라는 동력이 만들어졌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기계장치들이 등장한 했으니까요. 이른바 대량생산의 시대가 시작된 겁니다. 상품 가격은 떨어지고 다양한 편리한 물건들이 쏟아집니다. 인류는 드디어 물건이 남아도는 풍요의 사대로 접어듭니다. 다만 무제한 생산되는 물건들을 소비할 인간, 즉 인구의 증가 속도는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죠. 공급이 늘어난 만큼 수요도 늘려야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하나는 앞서 살펴본 제품의 수명주기를 일부러 줄이는 것. 또 하나는 필요치 않은 물건도 소비하게 하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것이죠.
광고와 신용카드
옷장에 입을 옷이 있지만 소재가 다르고 디자인이 예뻐서 또 한벌의 옷을 구입하죠. 잘 굴러가는 나의 차는 운전대를 잡고 길거리로 나오는 순간 주변의 다른 차들과 비교되며 미래의 교체대상이 됩니다. 광고를 통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소비 자극을 받아요. 심지어 돈이 부족하면 돈을 먼저 내주겠다는 카드 회사들도 있죠. 힘들면 몇 개월에 걸쳐서 나눠서 갚으라는 인심(?)까지 쓰는 회사들입니다.
왜 이럴까요? 지금의 경제시스템은 소비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소비가 줄면 난리가 납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집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해요.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낮춰주고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돈(재난지원금)을 직접 나눠주기까지 합니다. 소비가 줄지 않게 말입니다.
다만 이렇게 소비를 계속 늘리고 반복하는 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1~2년 쓰면 버려야 하는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죠?
기후 이변이 이제 그만 지구를 파먹으라고 말하고 있는데 말이죠.
<전구음모 이론, The Light Bulb Conspiracy)
https://youtu.be/BWJC5ieUAe4?si=qxoijWXnqMLFtc0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