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철학적인 질문, 새로운 종류의 동물을 창조하고 파괴할 권리

by 희연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쥬라기 월드 1편은 나에게 하이힐 신고 미친 듯이 달리는 여자 주인공으로 기억에 남았다. 물론 영리하고 귀여운 렙터, 블루도 뇌리에 박혔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비현실적인 부분은 하이힐을 신고도 웬만한 공룡들보다 더 빠르게 거친 숲 속을 달리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배우가 실제로 이렇게 달릴 수 있게 되도록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쥬라기 월드 2를 보기 전에 이 여자 주인공이 과연 이번에도 하이힐 스피드 액션을 보여줄 것인가가 궁금했다.


영화는 이전 시리즈들보다 더 철학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영화 이전에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생물에 대한 윤리적인 토론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GMO와 같은 식물에 적용된 유전자 공학은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고, 한때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복제양 돌리와 황우석 박사의 이슈로도 많이 회자되었던 주제였다. 그렇지만 이번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래, 일단은 우리가 유전자를 조작해서 생명을 만들긴 했지. 그럼 우리에게 이들을 멸망시킬 권리도 있나?'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난 블루와 오웬. 감동의 재회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야기는, 화산 폭발을 앞둔 이슬라 누블라 섬, 그러니까 쥬라기 월드가 만들어져서 공룡들이 '갇혀' 살았던 섬에서 공룡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부터 시작을 한다. 분명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사실은 그들의 나쁜 의도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 놀랍지 않았다. 어느 집단에나 좋은 놈과 나쁜 놈이 있기 마련이니까. 어쨌든 그 덕분인지 이야기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도록 긴박하게 진행된다. 랩터, 블루가 총에 맞아 죽어가며 눈물을 흘릴 때는 나도 눈물이 날 정도로 영화는 내내 몰입감 있었다.


가장 무서운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사람이 쓴 혹평을 한 두 개 읽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소녀 메이지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용기 있게 길을 인도하던 소녀가 공룡이 쫓아오는데 이불속에 숨어드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토로하고 있었다. 오히려 나는 메이지가 어린 소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침대만큼 안전한 공간도 없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침대 속에 숨어 들어서 이불을 덮고 눈을 꼭 감고 있으면 모든 악몽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고 다시 눈을 떴을 땐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겨우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니까 할 수 있는 행동이지 않을까.


이런 풍경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메이지의 선택으로 공룡들이 풀려난다. 그는 동질감을 느꼈고,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한다. 내가 메이지였으면, 아니 내가 클레어나 오웬이었어도, 그 방 안에서 공룡을 살릴 수 있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메이지와 같이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냥 눈 앞에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비록 '만들어진 생명'이라고 해도, 내버려 둘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설령 그 선택이 인간에게 재앙을 초래한다고 할지라도.

그러니까, 영화가 던지는 질문 - 인간은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를 만들어 내도 되는 것인가, 만들어냈다고 해서 그것을 파괴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는가 - 에 대한 나의 대답은 매우 명확하다. 인간에게 그런 권리는 분명 없다. 새 종류의 생명체를 창조할 권리도, 만들었다고 함부로 없앨 권리도 없다고 믿는다.

블루를 살리는 공룡 수의학자, 지아와 다른 사람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쥬라기 월드는 거기에다가 눈요기도 많았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공룡들, 영리한 그들의 행동들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들. 그리고 공룡들끼리 싸우는 것들 등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곳곳의 유머 포인트들 역시 좋았고 자막은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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